손자와 함께 춤을 Tom은 세상에 하나뿐인 내 손자다. 내겐 두 딸이 있지만 서른 중반이 되어가는 막내도 도통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당분간 다른 손주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게다가 사위는 6년 전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떠났기에 Tom은 친가 뿐 아니라 내게도지극한 존재다.
Tom은 책벌레다. 어릴 적 제 어미가 하던 그대로 책을 붙들면 그 속에 빠져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잠잘 시간 마다 읽던 책의 뒷얘기가 궁금해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아이와 엄마는 씨름이다. 난 그런 손자의 머리와 생각이 쉴 수 있도록 매일 밤 '등 긁어주기'로 잠들기를 도와준다.
Lego는 Tom 생활의 일부다. 세살 쯤부터 간단한 조립에 흥미를 보이던 것이 block 쌓기를 넘어 수없는 물체를 만들어낸다. 우리 집의 방 하나는 온전히 Lego 박물관이 되었다. 이젠 Age18+ Box 를 산다. 보통 2000 piece 이상 되는 대작들이다. 한번 시작하면 다섯 시간쯤은 꼼짝하지 않고 조립하는데에 집중한다. 시간 절약을 위해 조각을 찾아 대령하는 일은 할머니의 몫이다. 완성한 다음의 그 성취감을 나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어른이 되면 'Legoland' 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이란다. 옛 아이들처럼 '대통령' 또는 '장군' 이 꿈이라 대답하지 않는다 해서 서운한 마음도 물론 아니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행복해하며 할 수 있다면 기쁜 삶이 될 테니까. Tom은 이제 틴에이저를 지나 점점 어른이 될 것이다. 내가 언제까지 지켜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지금처럼 건강하고 바르게 커 주기를 기도한다. 사내녀석이라서 할머니에게도 데면데면하지만 'I love you, Tom.' 이라 말하는 내게 'Me too, halmoney.'라 받아줄 때면 온 세상을 얻는 듯하다. 누가 알리오, 혹시라도 내가 오래 살아 그 아이가 장가드는 날에 신랑 손을 맞잡고 춤출 수 있을 기회가 오려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