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름다운 마음

김수영 / 수필가·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김수영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3/04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3/03 20:34

"절망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와
희망을 주는 말…"

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육백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처형되어 죽어 갔다. 그중에 살아남은 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유대민족의 전통을 이어 나가게 되었는지 참 흥미로운 기록이 남아있다.

“독일군이 유대인을 학살할 때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독일군에게 있는 인간의 양심이었다. 그 양심을 없애려고 독일 군부는 유대인들을 짐승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3만 명이 넘는 수용소에 화장실을 몇 개만 만들었다. 할 수 없이 유대인들은 아무 데나 배설했고, 배설물과 어우러진 인간의 모습을 보며 독일군의 양심은 점점 사라져갔다.(…) 수용소 생존자들은 대개 인간다움을 잊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매일 4시 반이 되면 수용소에서 한 사람마다 따뜻한 물 한 컵씩을 제공 받았다. 어떤 사람은 그 물을 받아 조금 먹고 나머지 물을 아껴 세수했다. 그리고 최후의 남은 물을 조금 사용해 옷 조각으로 이를 닦고 수용소에서 발견한 유리 조각으로 깨끗하게 면도를 했다. 내일 죽어도 인간다움을 잊지 않겠다는 인간 존재의 몸부림이었다. 독일군에게 가장 무서운 항거는 그런 인간다움의 몸부림이었다. ‘짐승 죽이기’는 쉽지만 ‘인간 죽이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 인간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정반대로 엄청나게 달라질 수가 있다. 네덜란드 출생의 포르투갈의 유대인 철학자 스피노자가 했듯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조용히 사과나무를 심는다’라는 말은 얼마나 우리에게 위로의 말이 되는지 모른다. 특히 절망에 처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와 희망을 주는 말이다.

사람 대부분은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죽음이 오기도 전에 절망 가운데 스스로 먼저 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유대인들의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 가운데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참 많다. 아인슈타인 박사, 헨리 키신저 박사, 앨런 그린스펀, 할리우드 영화계를 주름잡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 많은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후손들이 미국에 와서 빛나는 별 같이 미국의 경제계, 언론계, 방송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 유명한 후손들 가운데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스필버그의 어머니 리아 아덜러가 LA에서 경영하는 식당에 미국 기자가 찾아가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았다. 그녀의 아들 스필버그는 어릴 때 매우 소심했고 내성적인 성격이 되어 학교도 잘 안 가고 집구석에 처박혀 그림이나 그리고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이나 찍고 놀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가면 급우들이 항상 “더러운 유대인” 하고 놀려 대고 왕따를 당하고 말할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에서 고통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학교 안 간다고 절대로 야단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격려해 주고 장려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할머니는 “너는 둘도 없는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야” 라며 그의 잠재능력을 바라보고 앞으로 대성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한국 부모님 같으면 자녀가 학교를 무단결석하면 호통을 치고 야단법석을 떨고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자녀를 학교 가라고 강요를 했을 것인데, 스필버그의 어머니는 자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발시켜 나가도록 뒷받침을 해준 사실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스필버그는 영화감독의 귀재가 되어 영화계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가 있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영화 감독상과 오스카 영화 감독상을 받는 데 드디어 성공하게 된다.

영화 ‘아름다운 마음(A Beautiful Mind)’은 실제 살았던 인물의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탄 존 내쉬의 일생을 그린 영화이다. 1998년 퓰리처상을 탄 실비아 나사르의 의 소설 ‘아름다운 마음’은 그 당시 베스트셀러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2002년에 4개의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존 내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수재로서 곧 MIT 대학교 교수가 되지만 어느 날 윌리엄 파처라는 사람이 찾아와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라며 적국 러시아가 대중잡지 속에 감춰진 암호를 해독하라는 부탁 아닌 명령을 받는다. 그는 모든 일을 제치고 그 일에만 몰두하여 일이 진전되는 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비밀건물의 우편함에 넣곤 하다가 아내 알리사가 수상히 여겨 정신병원에 알렸고 내려진 진단은 심한 환각증세를 동반한 정신분열증이었다. 환상 가운데 보고 지시대로 움직인 정신병의 행동임이 판명이 된 것이다.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과 간호로 회복된 그는 다시 프린스턴 대학으로 돌아와 학과장이 되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아내의 희생적인 사랑과 헌신이 아니었으면 회복하지 못한 채 일생을 정신병원에서 보냈어야 했을 텐데 아내의 그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재기의 꿈이 이루어지게 된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자기 죽음을 앞두고도 스스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려고 처절하게 몸부림친 결과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자기 자신이든 제 삼자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때 기적을 낳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할머니나 어머니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우울증으로 시달릴 뻔했던 그가 미국영화계 아니 세계영화계를 주름잡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마이클 잭슨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아내나 주위 가족들이 있어서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면 그가 약물에만 의지 안 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수록 가정이 밝아지고 사회가 밝아 지고 국가가 밝아지리라 기대해 보면서 나부터 아름다운 마음 갖기를 결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