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박물관이 처한 어려움
얼마 전 위싱톤 포스트 지에 실린 기사를 의미 깊게 읽고 깊은 상념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 애이브라햄 링컨의 도서관과 박물관에 관한 기사였다. 이 도서관과 박물관을 지원하는 단체가 빚을 져 도움을 구한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11년 전에 이 지원 단체는 링컨 대통령이 살았을 때 간직했던 역사적인 유물 1,000여 점을 구입하는데 2천 3백만 달러의 은행융자금을 사용하였다. 그동안 빚을 계속 갚아 왔지만, 아직도 9백 7십만 달러의 빚을 못 갚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융자 상환 기간이 2019년 10월까지라고 한다.
정말 값지고 귀한 애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소지품이었던 스토브파이프( stovepipe) 모자는 검정 색깔에다 윗 부분이 길어서 그렇게 부르는 데 비버 모피(beaver fur)로 만들어져 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주 상원의원이었을 때 쓰던 모자이다. 그리고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하기 전날 밤에 끼고 있던 안경과 하얀 장갑이 있는데 이 장갑은 피로 얼룩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 전 14세 때 손글씨로 수학문제를 풀면서 써 놓은 책 (sum book)의 1824 쪽 한구석에 시가 적혀있다. “애이브러햄 링컨은 나의 이름이다/그리고 나의 펜으로 썼다./서둘러 빠르게 썼다/그리고 이곳에 바보들이 읽게 내버려 두었다.” 이 시는 애이브라햄 링컨의 손글씨 가운데 가장 오래된 손글씨라고 한다.
이 도서관은 2005년에 개관하였다.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많은 서류를 보관고 있다. 한 서류는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때 노예를 해방 한다는 노예해방선언문이다. 그 당시에는 링컨이 살아있을 때 소유하고 사용했던 물건들은 진열돼 있지 않았다. 도서관과 박물관을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이런 물건들을 구입해서 진열해 두어야만 했다. 융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도서관을 지원하는 단체는 이 귀중한 물품들을 판매할 회사를 찾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금 마련을 위해 ‘GoFundMe’란 인너넷 사이트를 만들어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금을 통해 융자금 상환금이 조달되면 링컨 대통령이 아끼고 사용하던 귀중품들을 팔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빚이 많아 빛 갚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고 한다. 융자금을 다 갚게 되면 일리노이 주가 이 귀중품들을 소유하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추앙받는 애이브라햄 링컨 대통령의 도서관과 박물관이 빚에 시달려 귀중품들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는 소식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3000여 년 전에 죽은 애짚트의 어린 왕 ‘터트’(King Tutankhamun)의 무덤이 영국의 고고학자 호와드 카터에 의해 1922년에 처음 발굴되었다. 17세의 나이에 정적에 의해 간접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왕 터트는 순금으로 된 관 속에 미라로 발견되었다. 발굴된 무덤 속 동굴에는 엄청난 순금 보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이 유물들은 손상하나 없이 완전한 상태로 발견되어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에 California Science Center에서는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내년 1월 까지 전시한다고 해서 나는 손녀들과 딸과 함께 구경을 하러 갔다. 정교한 세공 솜씨와 순금으로 된 장신구 등은 관람객의 입을 딱 벌리게 하였고 놀라게 했다. 왕의 업적은 하나도 알 수가 없고 단지 발굴된 보물들의 예술성 때문에 모든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을 뿐이다.
그와는 달리 링컨 대통령의 생전에 아끼던 유물들은 값비싼 순금으로 되어있지 않지만,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 때문에 그 유물들이 귀하고 귀한 것이다. 어떻게든 개인에게 팔려나가지 않고 박물관에 잘 보전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2018년 10월 29일 중앙일보 '이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