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친구 선배 목사님
빅베어 근처 루선벨리에 선배 목사님이 살고 계신다. 우리 집에서 가려면 내 운전 실력으로 약2시간 반이 걸린다. 거리가 멀다보니 몇년 동안 방문을 못하고 전화로만 안부를 전했다.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엘에이에서 매월 모이는 음악동호회에 가서 만나 회포를 풀곤했다. 이제는 연세가 많아 손수 운전을 못하시고 다른 여자 목사분이 차를 태워 주셔서 음악모임에 나오신다고 했다.
루선 벨리는 빅토빌에서 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다. 그곳에는 큰 대추농장이 있는데 대추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여 맛도 좋고 크기도 매우 커서 선배 목사님께서 갖다 주셔서 매년 맛있게 먹곤했다. 올해에는 아직 구입을 못해 시장에서 사서 먹고 있는데 단맛이 적고 대추 크기도 조그만 해서 루선벨리 대추가 많이 생각났다 .
지난 겨울에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다는 비보를 접하고 너무 놀라고 가슴이 철렁했다. 큰 덤프 터럭에 차가 종이장처럼 구겨지고 큰 차는 대로에 벌렁 누워 있었다고 했다. 차 속에 갇힌 선배 목사님은 죽은 줄 알았는데 목숨이 살아있어서 차체를 용접기로 잘라내고 차 속에서 끄집어 내었다고 한다. 헬리콥터가 날아와 병원으로 호송 했었단다. 갈비뼈가 뿌러져 폐를 찔러 폐에서 물이나고 피가 나와 사경을 헤메다가 기적적으로 생명을 구하고 퇴원하셔서 집에서 요양중이시다. 거리가 멀다보니 찾아 뵈야 하는데 찾아뵙지 못해 여간 죄송한 일이 아니어서 치료비에 보태 쓰시라고 금일봉만 보내드렸다. 차편이 마련되는 대로 찾아 뵈려고 기회만 찾고 있는 중인데 며칠 전에 목사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다.
올해 연세가 87세신데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겠냐며 죽기 전에 나를 만나러 이곳에 꼭 오시겠다고 하셨다. 주객이 전도 돼어도 유분수지 “제가 찾아 뵈야 하는데 어쩌지요.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기 까지 하네요.” 소녀처럼 큰 소리로 깔깔 대면서 김 목사 기다리다가 내가 숨 넘어 갈것 같아 손수 오기로 하셨다며 전화걸고 오시겠다고 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최상급 대추를 갖고 오시겠다며 한 바탕 웃어셨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솟아 나는지 정말 놀랍고 놀라웠다.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셔서 사고 당시 자기를 안아 주어 살아나셨다고 하셨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여종이구나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세상에 태어나서 하늘나라 갈 때까지 우리는 가정에서는 가족들과 그리고 사회에서는 사람들과 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항상 좋은 관계를 맺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특히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영어 속담에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야 말로 정말로 친구다.’(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란 말이 있다. 좋을 때 뿐만 아니라 어려울 때도 도움의 손길을 줄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참 좋은 친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 가을에 60여 년만에 대학동문인 친구를 찾았고 남편이 뇌졸증으로 죽은지 두 어달 만에 뉴욕에서 이곳 까지 날아와 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주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때 맺어 진 우정으로 대학동문이 되었지만 소식이 두절되어 오매불망 찾았는데 만날 수 있다니 정말 꿈같은 현실에 눈시울이 뜨거웠었다. 선배 목사님은 믿음으로 맺으진 친구 같은 선배이시다. 늘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믿음의 친구다. 부디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기를 기원하면서 만나 뵐 날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9년 6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