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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캐나다에서 온신 김만홍 목사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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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배정웅 시인과 최선호 목사님과 동생 김영교 시인과 정지윤 시인과 함께

 

  뽕나무에 다람쥐                                                                  김수영

   뽕나무는 인간에게 참 유용한 나무다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나무가 인간에게 유용하지만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참 맛이 좋고뽕잎도 누에를 키우는데 필요한 잎이다열매는 노화 방지에 좋은 물질이 복분자보다 50배나 많다고 한다이렇게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는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는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이 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낸다천연으로 만든 명주실은 비단 옷감을 만들어 내고 천 중에서 가장 비싼 옷감이 되는 것이다누에가 다 자라면 몸길이가 8cm나 된다고 한다누에 몸속에는 견사를 만들어내는 견사샘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실을 다 뽑아 고치를 만들고 나면 몸이 쪼그라져 번데기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추운 겨울 번데기를 삶아서 길거리에서 판다시골에서 손수레에 연탄불로 화덕을 만들어 번데기를 따끈하게 데워서 동네를 누비며 팔러 다닌다. ‘번데기 사려번데기 사고함을 지르며 어두운 밤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나는 징그러워서 번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아들이 맛있다며 사서 먹어 보라고 해서 한 번은 먹어 보았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누에는 인간에게 가장 비싼 비단옷을 만드는 비단실을 제공해 주고 죽어서 인간에게 겨울엔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으로 번데기를 제공해 주니 참으로 고마운 곤충이다.

   뽕잎에는 얼마나 많은 자양분이 있으면 누에 한 마리당 1,500m나 되는 명주실을 뽑아낼 수 있을까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나는 어릴 때 방학을 맞이하면 시골 고향에 내려가곤 했다누에를 키우는 일가친척들은 뽕잎을 따다 누에게 먹이로 갖다주라는 말에 나는 심부름을 기꺼이 했다속셈은 오디를 따 먹는 재미였다하루는 오디를 따먹다가 뽕나무에서 떨어져 발을 삐어 고생한 적도 있었다.

   성경에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뽕나무에 올라간 얘기는 유명하다그렇게 좋아하는 뽕나무를 이곳 미국에 온 지 삼십 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다그런데 작년 캐나다 토론토에 갔을 때 스코필드 박사 추모재단 부이사장님으로 수고하시는 김만홍 목사님 댁 뒤 뜰에서 아주 큰 뽕나무를 볼 수 있었다오디도 아주 많이 열려 있었다거의 반세기 만에 뽕나무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의 첫 수필집 늘 추억의 저편’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시기 위해 김 목사님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시게 되었다축사도 해 주시고 축복기도도 해 주셨다멀리서 이곳까지 오셔서 축하해 주신 사랑에 감사할 따름이었다토론토에 돌아가신 후 나의 수필집 늘 추억의 저편’ 가운데 벌과의 전쟁을 읽다가 크게 웃으셨다고 전화가 왔다.

   말씀인즉 뒷마당에 있는 뽕나무에 다람쥐들이 오디를 따 먹으려 부리나케 드나들고 있었다하루는 다람쥐가 나무에서 툭 떨어지는 바람에 키우던 진돗개인 애완용 개가 다람쥐를 보고 잡으려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다람쥐가 줄다리기라도 하듯 재빠르게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며 도망을 다니기 일쑤였다. 뿔이 난 진돗개가 약이 올라 잡으려 해도 잡힐 리 없었다온 얼굴에 나무에 긁힌 상처만 입고 닭 쫓던 개가 울타리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진돗개가 아무리 민첩하다 해도 다람쥐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상처투성이인 얼굴로 뽕나무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애완견이 측은 하기 그지없었단다.

   목사님이 어떻게 다람쥐를 잡을까 하고 뽕나무 밑에 앉아 궁리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다람쥐들이 김 목사님 머리 위에다 똥을 계속 싸서 머리 감느라 수고로움만 더해졌다하루는 하나님께 기도하시는데 꾸짖는 음성이 들려 왔단다다람쥐 잡을 생각을 접고 애완견이나 잘 키우라는 깨우침이었다.

   벌과의 전쟁’ 나의 수필을 읽으시면서 어쩌면 똑같이 동물을곤충을 잡으려 할 수 있었든 가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는 것이다하나님이 창조하신 다람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귀엽게 보인다꼬리는 길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앞발로 도토리 같은 것을 집어 들고 씹어먹는 모습을 보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나도 벌 소탕 작전을 벌이다가 포기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가시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듯이 김 목사님도 오디를 다 따 먹어도 죽이지 않고 그대로 다람쥐를 살려두는 것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어본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그들을 창조한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이리라김목사님과 저이심전심이네요./추억의 저편 수필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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