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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청년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 찰리 커크(32)의 피살 소식을 듣고 기함(氣陷)했다. 방한한 그를 인터뷰한 것이 숨지기 닷새 전 일이었다. 뜻하지 않게 커크의 ‘마지막 인터뷰어’가 된 셈이다. 키 195㎝인 그가 내 손을 잡고 “정치가 언젠가 삶을 바꿔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내 삶에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때로는 도발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커크의 언변은 듣는 사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한국 화장품을 잔뜩 사서 다시 어려지겠다”는 농담을 했고, 유튜브에선 “새벽 5시 반 호텔 밖을 나와서 6마일(약 9.7㎞)을 걸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놀랍다”며 서울의 치안과 청결을 극찬했다. 그랬던 그가 미국 유타주 대학 캠퍼스에서 20대 청년들과 ‘내가 틀렸음을 증명하라(Prove me wrong)’는 즉 문 즉답 토론을 하다 난데없이 날아든 총탄에 숨질 줄 누가 알았을까.

 

지면 사정으로 미처 싣지 못한 그의 말 중에 ‘인생에서의 네 가지 큰 축복’이 기억에 남는다.

기독교인이 된 것,

정치에 입문한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축복으로 꼽은 한 가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는 “꼭 결혼해서 자녀를 많이 낳으라. 그게 인생의 행복”이라고 했다. 그 말에서 정치적 신념만큼이나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다.

 

그날 인터뷰에서 커크는 “친구 다섯 명만 투표장에 데려가도 세상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이념을 넘어 일상 속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부 국내 언론은 ‘극우 인사’로 치부했지만, 커크의 말에는 진영과 이념의 벽을 허무는 통찰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비판만 하는 소극적 저항에 머물지 않았고, “진보가 만든 제도라도 거부하지 말고 더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진영도 경청하고 되새길 만한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이 청년 논객은 첫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을 골랐다. 인천 자유공원을 찾아 한미 동맹의 상징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에서 추념했고, 북한이 보이는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했다. 그는 보수 가치에 관심을 갖는 한국 청년이 늘어나는 현상을 계속 연구하고 싶다고도 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전해졌다.

 

커크의 죽음은 그래서 충격 그 자체였다. 트럼프가 사후(死後) 최고 등급 대통령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그가 살아 있다면 기로에 선 한미 동맹을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청년들과 열정적으로 소통하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24-03-10-1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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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5일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찰리 커크 쇼'를 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5일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찰리 커크 쇼'를 진행하고 있다.

 

15일 오전 라이브로 송출된 ‘더 찰리 커크 쇼(The Charlie Kirk Show)’에는 숨진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대표 대신 생전에 커크의 친구이자 동지(同志)였던 J D 밴스 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약 2시간 동안 쇼를 진행한 밴스는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해 그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믿기 힘들 정도로 파괴적이었던 좌익 극단주의 운동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현직 부통령이 이처럼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커크의 정치적 성장을 인정하는 모습은 미 정치사의 전례 없는 장면”이라고 했다. 이날 방송에는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총출동했다.

 

밴스는 지난 10일 커크가 총격으로 숨진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에서 예정됐던 9·11 테러 추모 행사도 취소하고 사고가 발생한 유타주(州)로 날아가 시신을 수습했다.

 

이어 자신의 전용기인 공군 2호기에 커크를 태워 애리조나까지 이를 옮겼는데, 밴스가 앞정서서 운구하는 모습이 매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배우자 우샤 역시 순식간에 남편을 잃은 에리카를 옆에서 보살폈다. 밴스는 추모의 뜻에서 커크가 생전에 진행하고 매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찰리 커크 쇼’의 일일 호스트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친구를 추모하는 이 길에 동참해달라”며 홍보를 하기도 했다. 밴스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날 방송은 유튜브 기준 불과 3시간 만에 100만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밴스는 커크와의 오랜 우정을 언급하며 “내가 만나본 정치 전략가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며 “우리 정부가 거둬온 많은 성공은 사람을 조직하고 모으는 찰리의 능력 덕분이다. 우리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도운 것을 넘어 정부 전체의 인사 구성도 도왔다”고 했다.

 

커크가 이끈 터닝포인트 USA는 지난 대선 당시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서 청년들을 상대로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쳤고, 2030세대의 트럼프 지지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밴스가 경쟁자를 제치고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로 낙점되는 데에도 커크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는 “요즘 화합과 치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진정한 화합은 진실의 산을 오른 다음에야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J D 밴스 부통령이 15일 '찰리 커크 쇼'에 일일 호스트로 등장해 진행을 하고 있다. /유튜브

 

J D 밴스 부통령이 15일 '찰리 커크 쇼'에 일일 호스트로 등장해 진행을 하고 있다.

 

밴스는 “우리 모두는 찰리에게 빚을 졌다”며 “그는 조국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 전사(戰士)였다. 미국을 사랑했고 조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헌신했다”고 했다. 커크 사후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죽음을 찬양·조롱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거센데, 밴스는 “급진적 좌파라는 사람들과는 단결이 불가능하다”며 “커크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소중한 친구를 잃은 다음 날 무고한 가족을 괴롭히는 사람들과는 단결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밴스는 커크 사후 애도의 뜻을 표한 민주당원들에게 “정치 폭력을 규탄하는 그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극좌 주변부 세력’ 관련, “이들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의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건 양쪽 모두의 문제가 아니고 양쪽이 문제라도 한쪽의 문제가 훨씬 더 크고 악의적이다” “이건 알려져야 할 진실”이라며 좌파 진영을 겨냥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밴스의 방송 영상을 공유하며 “살인을 찬양하는 사악한 광신자들과의 단결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 보수 논객인 터커 칼슨 등 매가 진영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커크를 ‘영혼의 소울메이트’라 표현했다. 트럼프 2기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번 사건을 비정부기구(NGO)에 의한 조직화된 ‘국내 테러 운동’ 중 하나로 규정하며 “우리는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 모든 부처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관련 네트워크를 식별하고 해체·파괴해 우리 국민을 위해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찰리의 이름으로 이를 다시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커크 암살을 계기로 좌파 단체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조만간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커크 사후 조기(弔旗) 게양과 함께 ‘자유의 메달’ 훈장 수여 계획을 밝혔고, 이번 주 애리조나 글렌데일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있을 추모식에도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커크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자석같은 존재였다”며 “경기장이 어쩌면 만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공개된 포스뉴스 인터뷰에서 커크 암살을 축하하는 외국인들의 비자를 거부·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와서 정치적 인물의 살해, 처형, 암살을 축하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비자를 줘서는 안 된다”며 “그들이 이미 여기 와 있다면 비자를 취소해야 한다. 왜 우리나라에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에 가담할 사람들을 데려오기를 원하겠는가”라고 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도 외국 사례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폭력·증오를 미화하는 이들은 환영받는 방문자가 아니다”라며 비슷한 취지로 얘기한 바 있다.24-03-10-16.jpg

 

1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터닝포인트 USA 대표 본부 앞에 찰리 커크 대표를 기리는 추모 기념물들이 놓여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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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열린 영국 개혁당 당 대회 모습.

 

 

정치학자들 ......

“커크의 죽음으로 세계 보수주의 운동이 결집하고 있다”

 

미국 보수 지도자 찰리 커크가 최근 대학 캠퍼스에서 암살을 당한 이후, 그가 영국 정치에 대해 남긴 발언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유럽 보수주의 매체 유로피언 컨저버티브(The European Conservative)는 커크가 예견했던 ‘영국의 혁명’이 실제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으며, 그의 주장은 전 세계 보수 진영에서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커크는 지난 5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트럼프의 혁명이 영국에 다가오고 있다.”고 예언했다. 그는 평범한 영국 시민들이 순 제로(Net Zero) 정책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경기 침체, 대규모 이민 정책에 분노하고 있으며, 양당 정치 체제를 무너뜨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개혁당(Reform UK)은 순 제로 목표 폐기와 불법 이민자 구금·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14% 득표율로 처음 5명의 의원을 배출했고, 2025년 지방선거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을 모두 제치며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100회 이상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연속 선두를 기록하며 내년 총선에서 웨일스와 스코틀랜드까지 돌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당 정부는 집권 1년도 채 안 돼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으며, 14년간의 실패로 몰락한 보수당은 회생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로써 양당 중심의 ‘유니파티(Uniparty)’ 체제 즉, 겉으로는 양당제이지만 실제로는 기득권 정치 엘리트가 한몸처럼 운영되는 정치구조가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9월 초 버밍엄 국립전시센터(NEC)에서 열린 개혁당 전당대회는 수천 명의 지지자들로 가득 차, 정치 엘리트가 아닌 “영국 대중”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영국의 역사와 자유, 업적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며 국기를 흔들었다. 캐나다 개혁당 창시자 프레스턴 매닝은 “영국은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혁명적 사상을 세계에 수출해온 나라”라며, 패라지와 개혁당이 그 전통을 잇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커크의 예언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보수 진영은 그를 “21세기 자유주의 실패를 가장 날카롭게 간파한 인물”로 재평가하며, 유럽 각국의 우파 정당들도 “영국의 대전환은 곧 서구 전체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그의 죽음이 오히려 그가 남긴 메시지를 더 강하게 부각시키며, 세계 보수주의 운동의 결집을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