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Beside Chrysanthemums
by Suh, Jeong-joo
To bloom a chrysanthemum
A scops owl has probably cried so bitterly
Ever since the spring.
To bloom a chrysanthemum
The thunder in dark clouds
May have so cried.
The flower that takes after my elder sister,
Who has just come back from the distant,
dark side of youth,
In the feeling of yearning and loss
And now stands before the mirror.
To raise your yellow blossoms
The first frost may have fallen last night
And made me wide awake all night long. ![]()
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의 [국화 옆에서]는 참 절절합니다.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 위해선 소쩍새가 그렇듯 애절하게 울어야 했고, 거친 천둥과 번개를 견뎌야 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소하고 일시적인 변화도 사실은 수많은 곡절과 변화를 거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절묘한 것은 시 속에 등장하는 국화꽃 닮은 누님입니다. 누님이라는 상징은 늘 그립고 애달픈 존재가 아니었던가요.
더구나 상실감 속에서 젊음을 떠나 보낸 그녀의 모습은 마음속에 알알이 박힌 그리움의 대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 보고 싶은 누님. 누님이 있어도 없어도 언제나 툇마루에 앉아 나직이 한숨을 토하던 그녀의 이미지. 이제 주름진 얼굴을 거울에 비추며 아련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그녀야 말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아닐까. 아니 그게 나의 모습이 아닐까.
무서리 내려도 노란 꽃잎을 피우던 국화꽃 같은 누님. 아니 나의 인생.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어머니로, 딸로, 누나로 누이로 살아왔던 [누님] 같은 삶의 내 인생. 나이 들어가는 내 인생의 가을은 결코 그래서 슬프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