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

 

 

최 숙희

 

 

이사한 새집 근처 공원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걸어갈 수 있는 위치라 산책삼아 자주 간다. ‘We Sell what we Grow' 프랑카드가 보인다. 직접 재배하여 판매하는 보증할 수 있는 오거닉 채소와 과일이란 뜻이다. 일반 마켓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샘플 인심이 후해 과일 잘 고르는 재주가 없는 나는 먹어보고 살 수 있어서 실패 확률이 적어 좋다. 둘이 살면서 냉장고가 항상 꽉 차있다고 불평하는 남편을 백 프로 공감하기에 냉장고 비우기를 실천중이다. 소꿉놀이 하듯 사과 몇 알, 자두 몇 개, 블루베리 1팩을 산다. 60세쯤 돼 보이는 아줌마가 장바구니에서 가져온 타파웨어를 꺼내더니 블루베리와 블랙베리를 담는다. 원래 포장인 초록색 플라스틱 박스를 상인에게 돌려주며 ’"Save the boxes." 한다. 더운 여름날 갑작스레 쏟아지는 차가운 소낙비처럼 신선한 충격이다.

 

 

2014년 캘리포니아는 소매점의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법을 제정하였다. 손님은 장바구니를 가져가거나 재활용 봉투를 10센트에 사야한다. 소매업을 하는 나도 재활용 봉투를 준비해 두고 손님에게 10센트를 받지만 가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물건을 많이 팔아주는데 봉투 값까지 지불하기 싫다” “봉투 없이 물건을 들고 나가면 도둑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며 불평하는 손님들이 간혹 있다. 오늘은 봉투를 공짜로 주지만 다음부터는 장바구니를 가져오라고 말해준다.

 

 

지구 온난화로 먹을 것 찾기가 힘들어진 북극곰이 검정 비닐봉투를 뜯어먹는 사진, 콧속 깊숙이 박혀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느라 피 흘리는 바다거북의 영상, 해변으로 떠밀려온 고래 사체의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의 사진은 충격적이다.

 

 

개인의 미용과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스크럽 화장품, 비누, 치약에 들어가는 마이크로비드(microbead)는 폐수 처리장을 그대로 통과하여 바다로 흘러든다. 또한 플라스틱이 바람과 파도로 5미리 이하로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까지 위협한다. 천일염, 어패류, 수돗물, 공기에서도 검출된다고 한다.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혈관 속을 떠돌다 혈관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칼끝을 겨눈다.

 

음식 할 때 손에 양념냄새 배는 것이 싫어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장갑, 빨래할 때 사용하는 물과 세제, 행주를 빠는 노동력을 생각하면 더 저렴하고 위생적이라며 행주대신 사용하는 물휴지, 설거지하기 전 기름 묻은 프라이팬을 닦는 키친타월, 접시, , 빨대 등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품이 내 주변에도 널려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지구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잊고 살아 왔다.

 

쓰레기 버리는 날 보면 온라인 쇼핑의 과도한 포장박스가 집집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작은 집으로 이사 후 물건 없애기와 물건 사들이지 않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물건 없애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니까 물건 구입할 때도 신중을 기하게 된다. 없앤 물건이 많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없앤 물건이 결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겠다. 내 이웃들도 소유를 줄여 절제된 삶을 살며 싱싱한 젊은 지구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행복감을 느끼기 바란다.

 

2018.11.13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