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버텨야하나

최 숙 희

 

 

딩동벨 소리에 현관문을 여니 박스가 놓여있다. 6년 동안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여동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이다. 며칠 후 LA에 다니러 오시는 친정 엄마 편에 받으려는 물건들이 벌써 여럿 도착했는데 또 주문했나 보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동생과 달리 나는 인터넷쇼핑을 거의 안한다. 신용카드 번호를 주는 것도 찜찜하지만 옷과 신발을 사진만 보고 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민 와서 소매업을 15년째 하는 나는 동료애 비슷한 것이 있어 인터넷쇼핑을 적으로 생각한다. 엊그제도 10년 넘게 가발단골인 손님이 휴먼헤어 가발 두개를 온라인에서 겨우 60달라 주고 샀다며 자랑하는 것을 웃고 넘기는 척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마존의 무차별적인 시장잠식은 나 같은 소형 소매상뿐만 아니라 토이저러스같은 대기업도 무너뜨리고 있다. 반세기 넘게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였던 대형 완구전문점도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산하니 씁쓸하다.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동네 한국빵집 때문에 적잖이 허전하다. 외식 후 디저트를 먹기에 좋았고 하이킹 갈 때는 향수를 자극하는 곰보빵이나 팥빵을 간식으로 사곤 했는데 아쉽다. 훤칠한 키에 시원한 이마의 잘생긴 주인장은 어디로 갔을까. 월세 내고 종업원 월급 주고 나면 정작 본인 몫은 못 챙기는 자영업자 입장이었겠지. 권리금 주고 산 가게를 팔지도 못하고 포기하며 나가기까지 속은 얼마나 탔을까. 한국에선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음악, 영화 감상을 하머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와이파이를 끊는 곳도 생겼다지만, 경쟁이 심한 이곳에선 그것도 불가능 했겠지.

 

하늘에는 조물주, 땅에는 건물주가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계시니...’라는 우스갯소리에 웃을 수가 없다. 맞닥뜨리는 현실이 서글픈 자영업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작은아이가 학교를 졸업해서 자립하기까지 2년은 기다려야 하니 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료 인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내 인건비는 나오니까, 놀면 뭐하나하며 스스로를 위로 한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으로 힘겨운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에 종업원 최저임금과 상해보험도 오르니 봉사활동도 아니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친구부부는 십 수 년 간 한 장소에서 중국식당을 운영했는데 건물주와 렌트 협상이 안 되어 가게를 포기했다. 1년 넘게 엘에이 인근 식당을 알아보다 애리조나 투산 근처 시골 마을의 미국식당을 인수했다. 렌트비에 시달리지 않으려 건물을 포함한 비즈니스를 샀다, 일단 남편 혼자 가서 식당을 운영하고 친구는 2주에 한 번씩 반찬을 마련해서 장거리 운전을 하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무인 마트 아마존 고(Amazon Go)가 시험운용을 끝내고 드디어 정식운용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스마트폰에 아마존 고의 앱을 설치한 고객이 집어든 상품들을 가지고 나갈 때 정산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아직은 주류, 담배 등 신분증 확인이 필요한 제품 때문에 직원들이 있으나 향후 아마존 고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보다 완벽한 자동화가 이뤄져서 말 그대로 무인 슈퍼마켓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만 남게 될 것이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매장은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 스마트 폰으로 하는 쇼핑이 훨씬 편한데 왜 가게를 가겠나. 매장에 일부러 오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데, 나도 몇 년을 더 버텨야 하는데 묘수가 없을까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8/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