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a Market / 정조앤

 

  좋아하는 T.V 채널이 있다. 종일 틀어놓고 보아도 무료하지 않다. 언제나 새롭다. 사람들이 사는 집을 짓고 리모델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HGTV 에서 방영하는 Flea Market을 즐겨본다. 방송인 앵커 Lara Spencer가 진행하는데 참여자들은 평범한 일반인이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짝을 지어서 두 팀이 참가한다. 그들에게 주제를 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합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들라는 3개의 항목이다. 예를 들면 따뜻함과 차가움, 직물과 나무, 철제와 유리를 접목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진행자는 참여자들을 벼룩시장으로 데리고 가서 각 팀에 $500불을 주며 1시간 안에 구매하게 한다. 2명씩 짝을 이룬 팀은 쇼핑할 물건을 고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 모습이 무척 경쾌하다.

  그들은 맘에 드는 물건이 눈에 띄면 가격을 흥정한다. 어떤 이는 정찰제에 익숙한 탓인지 부르는 값을 다 치른다. 때때로 골동품을 발견하는데 만든 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거나 제작 연도 수가 새겨져 있다. 오늘은 재수 있는 날이라며 한바탕 웃는다. 요리조리 훑어보며 어떻게 변형을 줄 것인가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머리를 맞댄다.

  참여자들은 다시 목공소에서 만나다. 그곳에는 연륜 있는 목공 기술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한다. 헌 것이 새것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섬세한 손놀림과 정성을 기울이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망치 두드리는 소리, 쇠붙이를 갈아내는 소리, 나무 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활기 넘기는 현장감에 젖어 든다. 참여자들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빗어낸 작품들은 Flea Market에 진열한다. 원가에서 몇십 배, 몇백 배의 가격표를 붙이고 저마다 뽐낸다. 그 앞으로 구경꾼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품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디자인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선전한다. 창의성이 뛰어난 물건은 가격을 조금만 깍아주면 먼저 팔린다. 나중에는 밑져서 팔리는 것과 끝끝내 팔리지 않는 것이 있다. 참여자들은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흥미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뿌듯해하는 분위기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 $ 5,000을 받은 두 사람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비스듬히 앉아 수업료 한 푼 내지 않고 한 수를 배운다. 그동안 배운 것을 실전에 옮길 첫 작품을 생각했다. 무릎길이의 오래된 예술 장식 스탠드와 작고 도톰한 두뼘 반 정도의 원형 유리가 있다. 스탠드에서 전구와 갓을 걷어내고 중심을 잡아 줄 것을 찾아봐야겠다. 유리를 얹으면 특별한 테이블이 될 것 같다. 생각만해도 벌써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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