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정원이 가져다 준 50달러 상금

정조앤 / 수필가
정조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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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중앙일보] 발행 2020/02/2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02/25 18:46

우리 집 앞마당은 데저트 가든(Desert Garden)이다. 사막 기후에도 잘 적응하는 토착식물과 다육식물이 무리 지어 자란다. 볼수록 매력 덩어리다. 쑥쑥 자라는 모습이 대견해서 그들로 인해 미소 짓는 일이 부쩍 늘었다.

작년 이맘때였다. 초인종 소리가 났다. 백인 중년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미세스 정이냐고 묻는다. 당신네 정원이 타운 소식지에 소개되었다며 보여준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정말 우리 앞마당이다.

전에는 마당에 초록 잔디가 있었다, 뜨락에는 초롱꽃 캄파넬라와 루피너스, 데이지와 수국 등 여러 꽃이 키재기를 하듯이 계절마다 피어났다. 정성을 쏟으며 가꿨던 정원이었다. 지금은 잔디도 꽃도 온데간데없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2015년 캘리포니아주는 가뭄 사태로 혹독한 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LA카운티 산하 시 정부는 주민들에게 ‘제발 물 좀 아껴 쓰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사업체는 물론 주민들에게까지 강제 절수령이 내려졌다. 사용량의 기준치를 벗어나면 벌금을 물게 하겠다는 조항까지 만들었다. 나도 물 절약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먼저 수압을 약하게 조절해 놓았다. 3분의 1 정도 줄인 물줄기로 샤워하고 음식 재료를 씻은 물은 정원에 뿌려줬다. 설거지도 물통에 받아서 헹궜다.

그럴 즈음에 주정부에서 대안을 내놓았다. 잔디 대신에 절수형 식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지원해 준단다. TV에서 사막 정원을 보여주며 그에 관련된 정보와 웹사이트를 알려주었다. 그곳을 방문했다. 여러 형태의 데저트 가든을 둘러보고 나서 결단을 내렸다.

어느 날 정원사를 불러서 잔디를 걷어냈다. 그 자리가 왠지 낯설어 보였다. 섣불리 일을 저질렀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앞마당에 키 작은 선인장 종류와 어린 다육식물을 심었다. 어미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이랄까. 애틋한 마음으로 그들을 돌봤다. 나의 간절함이 닿았나 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색다른 즐거움이다. 우리 동네 골목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식물인가 보다.

백인 부부는 내게 상품권을 내민다. 50달러 상당의 T식당 무료 쿠폰이라며 좋은 시간 보내란다. 살다 살다 이런 좋은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이웃들에게 관심을 받게 될 줄이야. 물 절약 차원을 넘어 앞으로는 미적인 감각과 예술이 깃든 정원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을 부려보련다.

잔디가 있는 집은 외향적으로 깔끔하지 않은가. 바라만 봐도 눈이 즐거워지는 잔디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얼마나 망설였던가. 지금 생각해 보니 절수형 식물을 심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슬만 먹고도 활기 있게 푸른 생명을 지켜나가고 있다.

나는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드는 마음으로 그들과 눈맞춤하며 가슴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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