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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너머에는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초, 고산 지역으로 백팩킹을 나섰습니다. 엘에이에서 북쪽으로 5시간을 달려서 높은 산 중턱 코튼우드 레익 출구에 다다랐습니다. 날을 세운 산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숲길에서 만나는 골바람은 눈물이 날 만큼 맵습니다.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가끔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고릅니다. 산속, 호수에 하늘빛이 나지막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만 사천 피트 암갈색 암벽에 둘러싸인 드넓은 초원은 곱게 익은 가을 빛깔입니다. 지나가는 구름도 쉬어갈 만큼 아름다운 평야입니다.

 

  해넘이 되기 전에 봉긋한 텐트를 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추위를 견디며 따뜻한 저녁식사를 준비합니다. 어둑해지자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며, 눈 깜짝할 사이에 싸락눈이 바람에 나부낍니다. 온 산야가 하얗게 변하여 갑니다. 눈보라 치는 긴 긴 밤을 어찌 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밤사이에 텐트가 날아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날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날이 밝았습니다. 밤사이 설산으로 변한 풍광을 바라보니 행복이 겹습니다. 살얼음이 살짝 덮인 호수에는 오리가 무리 지어 떠다닙니다. 제 마음도 덩달아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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