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 이야기 3 / 최재효

 

1.`양철`(또는 `생철`)

양철도 `철`에 `양` 자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쇠는 쇠인데, 원래 우리가 쓰던 쇠와는 다른 것이 들어 오니까 `철`에 `양`자만 붙인 것이지요.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철`에 `서양`이 붙어서 `서양철`이 되고, 이것이 다시 변화되어서 오늘날에는 그냥 `생철`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2. 양동이

국어에 `동이`라고 하는 것은 물긷는 데 쓰이는 질그릇의 하나인데, 서양에서 비슷한 것이 들어 오니까 여기에 `양`자를 붙여 `양동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입니다.

3. 양순대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인데, 서양에서 `소시지`가 들어 오니까 `순대`에다가 `양`자를 붙여 `양순대`라고 했는데, 이것을 쓰지 않고 `소시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되살려 쓰고 싶은 단어입니다. 중국의 우리 동포는 이 `소시지`를 `고기순대`라고 하더군요. 너무 잘 지은 이름이 아닌가요?

4. 양은

양은은 `구리, 아연, 니켈을 합금하여 만든 쇠`인데, 그 색깔이 `은`과 유사하니까 `은`에 `양`자를 붙여 `양은`이라고 한 것입니다.

5. 양재기

`양재기`는 원래 `서양 도자기`라는 뜻입니다. 즉 `자기`에 `양`자가 붙어서 `양자기`가 된 것인데, 여기에 `아비`를 `애비`라고 하듯 `이` 모음 역행동화가 이루어져 `양재기`가 된 것입니다.

6. 양회

이 말도 앞의 `양순대`와 같이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세멘트`를 `양회`라고 했습니다. `회`는 회인데 서양에서 들여 온 회라는 뜻이지요. 이 말도 다시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7. 양행

이 말도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는 말이지요. 서양에 다닌다는 뜻으로 `다닐 행`자를 붙인 것인데, 이것이 무역회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유한양행`이라는 회사가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지요.

이 이외에 `양`자가 붙어서 만든 단어들을 몇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양복, 양장, 양궁, 양단, 양담배, 양란, 양배추, 양버들, 양식, 양옥, 양장, 양잿물, 양주, 양초, 양코, 양파, 양화점 등.

20. 제 목 : `양치질`의 어원

여러분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양치질`을 하시지요? 이`양치질`의 어원을 아시나요? 언뜻 보아서 한자어인 줄은 짐작하시겠지요? 그러나 혹시 `양치질`의 `양치`를 `양치`(기를 양, 이 치)나 `양치`(어질 양, 이 치)로 알고 계시지는 않은지요?(간혹 `양치질`의 `치`를 `치`( 이 치)로 써 놓은 사전도 보입니다만, 이사전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양치질`의 `양치`는 엉뚱하게도 `양지질` 즉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인 `질`이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실제로 그렇습니다. 고려 시대의 문헌(예컨대 {계림유사})에도 `양지`(버들 양, 가지 지)로 나타나고 그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도 `양지질`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양지` 즉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하는 것이 옛날에 `이`를 청소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오늘날 `이쑤시개`를 쓰듯이, 소독이 된다 고 하는 버드나무 가지를 잘게 잘라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인데, 이에 대한 어원의 식이 점차로 희박해져 가면서 이것을 `이`의 한자인 `치`에 연결시켜 서 `양치`로 해석하여 `양치질`로 변한 것입니다. 19세기에 와서 이러 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양지`는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음인 `요지`로 변했습니다. `이 쑤시개`를 일본어로 `요지`라고 하지 않던가요? 아직도 우리 나라 사람들 중 `이쑤시개`를 `요지`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 않던가요?
`양지질`이 비록 `이쑤시개`와 같은 의미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양 지질`과 `이쑤시개`는 원래 다른 뜻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두 단어 모두가 오늘날의 뜻과 동일한 것이지요. `양지질`에 쓰는 치약으로 는 보통 `소금`이나 `초`를 사용하여 왔습니다. 이렇게 `양지질`이 `양치질`로 변화하는 현상을 언어학에서는 보통 `민간어원설`이라고 합니다. 즉 민간에서 어원을 마음대로 해석해서 원래의 단어를 해석하거나, 그 해석된 대로 그 단어를 고쳐 나가곤 합니다. 이렇게 민간에서 잘못 해석한 단어는 무척 많습니다. 여러 분들이 잘 아시는 `행주치마`가 그렇지요. 원래 `행주`는 `삼` 등으로 된 것으로서 물기를 잘 빨아 들이는 천을 일컫는 단어인데, 이것을 권율 장군의 `행주산성` 대첩과 연관시켜서, 부녀자들이 `치마`로 돌 을 날랐기 때문에 그 치마를 `행주치마`라고 한다는 설이 있지만, 그것은 민간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날 부엌에서 그릇 을 닦는 데 사용하는 걸레인 `행주`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걸레의 하나인 `행주`와 `행주치마`의 `행주`는 같은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