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관한 우리말

 

 

보람 드러나 보이는 표적. 다른 물건과 구별해두는 표시나 표지.

 

  ‘보람’은 오늘날 ‘어떤 일에 대한 좋은 결과’를 뜻하는 말로 그 쓰임이 축소되었다. 하지만 이 밖에도 ‘약간 드러나 보이는 표적’ 또는 ‘물건에 붙여두는 어떤 표지나 표시’를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책의 쪽 사이를 구분하도록 달린 줄을 ‘보람줄’이라하고, 옷가게에 진열된 옷에 가격, 크기, 옷감의 재질 등을 적어 달아놓은 표지를 ‘보람표’라고 한다. 한편 어떤 일을 잊지 않거나 다른 물건과 구별하기 위하여 표를 해두는 것을 ‘보람하다’라고 한다.

예문) 값을 치르고 영수증을 받아 든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보람표에 적힌 것과 영수증의 옷값이 서로 다른 것이었다.

 

 

뿌다구니 사물의 솟아난 부분. 빙산의 일각.

 

  길을 걷다가 길 가운데 툭 튀어나온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거나 넘어질 뻔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처럼 사물의 몸체는 어딘가에 묻혀 있고 한 부분만 뾰족이 솟아난 것을 ‘뿌다구니’라고 하는데, ‘빙산(氷山)의 일각(一角)’과 같은 뜻으로 쓸 수 있는 말이다. 또한 어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극히 일부의 사실만 밝혀진 경우에도 ‘뿌다구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예문) 한참 생각에 팔려 걷던 나는 땅 위로 불쑥 솟은 뿌다구니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살피 두 땅의 경계선을 나타낸 표. 물건과 물건의 사이를 구별 지은 표.

 

  ‘갈피’라는 말은 ‘책갈피’ 따위와 같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다. 갈피는 어떤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 또는 겹친 물건의 사이를 뜻한다. 그리고 갈피를 알아보기 쉽도록 어떤 표를 해두거나, 그 표에 해당하는 물건을 바로 ‘살피’라고 한다. 즉 갈피는 추상적인 개념이고, 살피는 형태가 있는 구체적인 물건인 것이다. 예컨대 서점에서 책을 사면 책갈피에 꽂아 주는 물건이 있는데 이를 ‘살피’라 한다.

예문) 안뜰의 실개천이 언제부터 살피 되어, 흰 옷 푸른 옷이 편갈리어 비취는고. (최남선, 압록강에서)

 

 

얼럭 본 바탕에 여러 가지 빛깔이나 점이 섞여 있는 모양이나 자취.

 

  ‘얼럭’은 ‘어우르다’에서 갈라진 말로 보인다. ‘얼럭얼럭’과 같이 겹말로 쓰여서 용언을 꾸며준다. 단순히 어떤 자국을 뜻하는 ‘얼룩’과는 뜻이 조금 다르다. 한편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 지은 밥을 ‘얼럭밥’이라 하고, 한 짐의 각 채를 여러 가지 다른 양식으로 지은 집을 ‘얼럭집’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밑천을 어울러서 함께 하는 장사는 ‘얼럭장사’또는 ‘어리장사’라고 한다. 요즘말로 ‘동업(同業)이다.

 

예문) 안채 지붕은 대무루가 낮은 밋밋한 물매에 기와로 덮여 있고, 헛간을 겸한 행랑채 지붕은 붉은 색칠이 반쯤 벗겨진 슬레이트 지붕인, 위에서 보면 영락없는 얼럭집이다.

 

 

여줄가리 주된 물건의 줄기에 딸린 물건. 중요한 일에 딸린 중요하지 않은 일.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에는 수레 위에 머리띠, 머리핀, 리본, 귀고리, 팔찌, 반지 따위의 장신구를 파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물건들을 흔히 ‘액세서리’라고 부르는데, 이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바로 ‘여줄가리’다. 한편 여줄가리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에 딸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뜻하기도 한다. 여줄가리에 반대되는 말은 ‘대줄가리’다. 대줄가리는 어떤 사실의 중요한 골자를 말한다.

 

예문) 자네처럼 여줄가리나 붙들고 있다가는 정작 일의 핵심을 놓치고 말걸세. 여줄가리는 걷어내 버리고 일을 대줄가리를 잡도록 하게.

 

출처_『우리말 풀이 사전』, 최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