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쓰는 법

1. 표현의 방법에 대하여

서양 문화가 흡수되면서 우리 말글도 어느새 서양적인 것을 많이 받아들였다. 텔레비전, 컴퓨터 등과 같은 외래어가 그 중 한 예다. 그런가 하면 표현 방법도 영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

가령 전형적인 외래식 표현임은 영어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누구든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표현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우리의 좋은 표현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남의 틀을 빌려 쓰려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다.

○ 우리, 단 하나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세.

번역소설 ‘람세스’에 나오는 문장이다. '단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어법상 틀리지 않지만 왠지 어설프다. 외국물을 먹지 않은 우리네 토박이들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나 "중요한 질문 한 가지’라고 해야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쓰는 것, 그것이 우리 글을 잘 쓰는 첫 번째 비결이다. 아무튼 위의 글은 빙빙 돌려서 썼다. 그래야만 좀 더 문아(文雅)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위의 글을 아래처럼 고친 들 어색하다고 할 사람은 없다.

→우리, 한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세.
→내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하겠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 같은 표현을 쓰는 사람이 많다. 그게 우리식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토종 표현이 더 감칠맛 난다는 신념을 갖고 이제부터는 토종을 사랑하도록 하자.
아래 몇 개의 예문을 보면

○ 네 젊은이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 젊은이 네 명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네 명’, ‘네 사람’은 자연스럽지만 ‘네 젊은이’는 어색하다. ‘한 토끼’만큼이나.)

○ 세 개의 날개가 달린 새를 보았다.
☞ 날개가 셋 달린 새를 보았다.

○ 한 개의 사과, 열 마리의 새

☞사과 한 개, 새 열 마리

2. 동일, 유사어의 반복에 대하여


한 문장 내에 같은 용어를 반복하거나 비슷한 뜻의 단어를 연이어 사용할 때가 있다. 불필요하게 반복된 성분은 군더더기처럼 느껴져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심하면 문법까지 어기게 된다. 같은 용어의 반복을 피하는 것도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 가지비결이다. 물론 반복이 필수적일 때는 할 수 없다.

○ 지금부터 저의 고향 소개를 부분별로 소개하겠습니다.(→고향을)

○ 좁은 국토를 잠식하는 묘지문제가 날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묘지가, 혹은 묘지의 증가가)

○ 명예훼손을 당했는데도 미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소송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증거 부족으로)

○ 참가 등록은 대표자가 직접 등록하여야 합니다. (→직접 하여야 합니다)

○ 처음 교육 담당에게서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 떠오른 것이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중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이었다)

○ 선택 전문 과정이라 정말 아무 부담 없이 왔는데 이런 글쓰기 시간은 정말 부담스럽네요.(→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 70세 이상 되는 어르신네도 5명이나 포함되어 있었고 아주머니, 어린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3. 남용되는 복수표현

우리말은 남의 말에 비해 단수와 복수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영어를 예로 들면 단어 뒤에 ‘s(es)’ 등을 붙여 복수임을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말은 복수의 개념이라고 해서 반드시 복수형 접미사 ‘들’을 넣지는 않는다. 예컨대 “꽃이 피었다”라고 하면 그 꽃은 한 개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일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언어생활에서 수의 개념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근래 들어 우리 글에도 복수형 표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글 쓰는 이들이 영어 등의 번역투 문장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글은 ‘들’이 여러 번 들어가면 경우에 따라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곳 아니면 ‘들’의 중첩을 피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아래 예문은 어느 책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고침 글과 비교할 때 어느 것이 더 자연스러운 표현인지는 님들의 판단에 맡긴다.

○ 아버지들은 자녀들을 기르는 데 적절한 사람들이 아니다.
☞아버지는 자녀를 기르는데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

○ 왕실 자녀들을 비롯한, 국가의 중추적인 직위에 접근할 만한 사람들의 자녀들은 그곳에서 엄격하고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왕실 자녀를 비롯한, 국가의 중추적인 직위에 접근할 만한 사람들의 자녀는 그곳에서 엄격하고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 우리의 동맹국들과 적국들의 언어를 배우고
☞우리의 동맹국과 적국의 언어를 배우고

○ 그곳에는 수천 마리의 새들과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그곳에는 수천 마리의 새와 물고기가 서식하고

○ 이것을 본 사람들은 몇 안 된다.
☞이것을 본 사람은 몇 안 된다.

4. -화하다 와 -화 되다

◇최근에는 컨테이너 박스에 유사휘발유를 싣고 다니는 등 유사 휘발유 제조와 유통이 조직화, 지능화하고 있다. 3월 5일 자 D일보 "독자의 소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문장의 끝부분 "지능화하다"가 어법에 맞을까. 우선 글쓴이가 "-화하다"로 쓴 이유를 훔쳐 헤아려보자.
지금도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이지만, 우리말 문법, 특히 어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 중 비교적 나이가 든 이는 한자어 "화(化)"라는 단어의 음훈이 "될 화"이므로 "-화 되다"라고 표현하면 "되다"가 겹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화 되다"는 "-화하다"로 고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는 논리의 모순이다. "화(化)"가 비록 한자어이고, 훈이 "되다"이지만 그것이 접미사"-되다"와 같은 성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화"가 "되다" 말고 "변하다", "변화하다"라는 훈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상기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더욱이 변화(變化)라는 단어를 보더라도 "변화하다", "변화되다"양쪽 다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하다"와 "-화 되다"는 어느 한쪽만 택해야 할 성질의 짜임이 아니다. 글의 구성, 즉 결구에 따라 용례가 달라지는 것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서울시는 그 지역을 공원화했다.
◇그 지역은 서울시에 의해 공원화됐다.

◇회사는 유통망을 조직화했다.
◇회사의 유통망이 조직화됐다.

위의 두 예문에서 보듯, "-화하다"는 "공원, 유통망"이라는 명사를 타동사 형태로 바꾸어주고, "화 되다"는 피동사 형태로 바꾸어준다. 그러므로 "-화 되다"라는 표현이 틀린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맨 위의 예문도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다"라고 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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