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이다"와 “주책없다"

대화를 나누다가 실없는 사람을 볼 때면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주책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그렇게 말을 하면 되나?"

"그래 저 사람 참 주책이야."

그런데 여기서 한 사람은 '주책이 없다'라는 표현을 썼고, 또 다른 사람은

'주책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결국 같은 사람을 향해 다른 의미의 표현을 했다는 얘긴데. '주책없

다'와 '주책이다' 중 어느 것이 올바른 표현일까요?

우선, '주책'이란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면 어느 것이 올

바른 표현일지 알 수가 있습니다.

'주책'은 한자말 '주착'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주착'의 뜻은 줏대

가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흔들림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

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주착'이란 말보다 '주책'이란 표현

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지금은 '주책'이란 말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책이 없다'고 하면 일정한 주견이나 줏대가 없이 이랬다 저랬

다해서 실없다는 표현이 됩니다. 하지만 '주책이다'라고 말을 한다면 주

견이나 줏대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저 사람 참 주책이야'라고 한다면 오히려 주책없는 사

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책없다'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껍질"과“껍데기"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유행하던 노래 중에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여름 바닷가에서 꽤 많이 불렸었고, 요즘도 가끔씩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조개 껍질'이라는 말은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껍질'과'껍데기'는 그 뜻이 비슷한 것 같지만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껍질'이라는 말은 딱딱하지 않은, 무른 물체의 거죽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사과 껍질을 벗긴다'또는 '포도를 껍질째 먹는다'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껍질'이라는 말 대신에 '깍지'라는 말을 사용할 때도 있는데, 콩 따위의 알맹이를 까낸 꼬투리를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에 '콩깍지'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면에,'껍데기'라는 말은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조개 껍질'이 아니라'조개 껍데기'이고, '달걀껍질'이 아니라 '달걀 껍데기'가 옳은 표현입니다.

또 '껍데기'의 다른 뜻으로, 알맹이는 빼내고 겉에 남은 것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불의 속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이불을 쌌던 것을'이불 껍데기'라고도 부릅니다.

다시 말하면,'사과껍데기'나 '포도 껍데기'가 아니라'사과껍질, 포도 껍질'이고 , '조개 껍질'이나 '달걀 껍질'이 아니라 '조개 껍데기, 달걀 껍데기'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구절"과 “귀절"

"철호야. 너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니? 평소의 너 같지 않게 싯귀를 다 외우고 말이야."

맞춤법 개정안에는 한자 '글귀 구(句)'자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는 '귀'로 읽지 않고 '구'로 통일해서 읽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의 예문에서 '싯귀'라는 말도 역시 '시구'라고 해야 맞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면, 어떤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들거나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두고 '난 이 귀절이 참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 경우에도 역시 '귀절'이 아니라 '구절'이 맞습니다. 주의할 점은 여기에도 예외가 있어서 '글귀'의 경우는 그대로 '귀'로 읽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여 말씀 드리자면, 두 음절로 된 한자어 중에서 사이 시옷이 들어가는 말은 여섯 개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여섯 개의 단어는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이고 그 외 한자어의 경우에는 사이 시옷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구(詩句)'는 한자의 '시 시(詩)'자와 '글귀 구(句)'자로 이루어진 두 음절로 된 한자어로, 앞에 예를 든 여섯 개의 단어 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밑에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 '시구'가 맞고, 발음도

역시 [싣꾸]가 아니라 [시꾸]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성대모사"와 “성대묘사"

"어떤 특기가 있으십니까?"

"저는 동물 소리 흉내를 잘 냅니다."

"아,성대묘사를 잘하시는 군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짐승의 소리를 그럴 듯하게 흉내내는 일을 가리켜서 '성대묘사' 라고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묘사'라는 말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소설 등에서 인물의 심리적 경과를 그려 나타나는 것을 '심리 묘사'라고 합니다.

또한 예술 작품에 있어서 어떤 대상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옮긴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문체를 '묘사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나 새 또는 짐승의 음색을 모방하는 일은, 그대로 사진을 찍듯이 그려 낸다는 뜻으로 한자의 '본뜰 모(模)'자를 써서 '성대모사'라고 합니다.

만일 '성대묘사'라고 하면, 그 말은 소리가 나오는 발음기관인 성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표현해 낸다는 뜻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어떤 가수가 노래하는 것과 똑같이 흉내내서 노래를 한다거나, 아니면 어떤 짐승의 소리와 똑같이 소리를 낸다고 할 때는 '성대묘사'가 아니라'성대모사'가 올바른 표현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시고 정확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