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종류

 

  ‘잠’은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의식활동이 중단된 무의식(無意識)의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말의 ‘잠들다’는 ‘죽다’의 완곡한 의미다.  ‘영원히 잠들다’의 ‘영면(永眠)’은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영어의 경우도 같은 발상이다. ‘sleep’은 ‘죽어 묻혀 있다, 영면하다’를 의미 한다.  

 

  우리말에는 ‘잠’을 나타내는 말이 참으로 많다. 잠자는 때, 잠든 정도, 잠자는 모양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일러진다.  

 

(1)잠자는 때에 따른 잠  

 

‘새벽잠, 아침잠, 늦잠, 낮잠, 초저녁잠, 저녁잠, 밤잠’ 

조상들은 시간에 구애하지 아니하고 잠을 즐겼다 하겠다.  

 

(2)잠든 정도에 따른 잠

‘겉잠, 귀잠, 단잠, 선잠, 속잠, 수잠, 여윈잠, 토끼잠, 풋잠, 한잠, 한잠, 헛잠, 그루잠’

'겉잠, 선잠, 수잠, 풋잠, 토끼잠’은 깊이 들지 않은 잠이다.

‘겉잠, 수잠’, 가매(假寐)

‘선잠’ -깊이 들지 못하거나, 흡족하게 이루지 못한 잠

‘풋잠’ -잠든 지 얼마 안 되어 깊이 들지 못한 잠

‘토끼잠’ -놀란 토끼라 하듯,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

‘한잠’ -잠시 자는 잠. 고민이 있어 ‘밤새 한잠도 못 잤다’고 할 때의 ‘한잠’

‘헛잠’ -자는 둥 마는 둥 한 잠,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잠

'그루잠' -잠깐 깼다 다시 잠드 잠  

 

‘귀잠, 속잠’ -아주 깊이 든 잠  

‘단잠’ -아주 달게 곤히 자는 잠, 감면(甘眠)  

‘한잠’ -‘한잠 늘어지게 잤다’와 같이 깊이 든 잠  

 

(3)잠자는 모양에 따른 잠

‘개잠, 나비잠, 돌꼇잠, 등걸잠, 말뚝잠, 새우잠, 시위잠, 앉은잠, 쪽잠’ 따위  

 

‘개잠’ -개처럼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 자는 잠, 개가 깊이 잠들지 않듯, 깊이 자지 못하고 설치는 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비잠’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모습이 나비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나비처럼 두 팔을 벌리고 자는 어린이의 모습은 더 할 수 없이 귀엽고 평화롭다.

‘등걸잠’ -옷을 입은 채 아무 것도 덮지 아니하고 아무 데나 쓰러져 자는 잠. ‘말뚝잠’과 대조된다.  

 

‘말뚝잠’ -꼿꼿이 앉은 채 자는 잠. ‘말뚝잠’처럼 앉은 채 자는 잠은 일반적으로 ‘앉은잠’이라 한다.  

 

‘새우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자는 잠. 방이 춥거나 좁을 때 이런 잠을 자게 마련.

‘시위잠’ -활시위 모양으로 웅크리고 자는 잠 

 

‘쪽잠’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  

 

‘돌꼇잠’ -잠의 정태(情態)가 아니라, 동태(動態)를 나타내는 말. 이는 한 자리에 누워 얌전히 자는 것이 아니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는 잠. 잠버릇이 험하다고 하는 핀잔을 듣는 사람들의 잠이다.  

 

(4)기타

‘개잠(改-), 그루잠, 도둑잠, 두벌잠, 발칫잠, 발편잠, 첫잠, 한뎃잠’ 따위  

 

‘개잠’은 ‘그루잠’, ‘두벌잠’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개잠’ -‘개’는 개 견(犬)의 ‘개’가 아니라, 고칠 개(改)자의 ‘개’다. 대체로 이런 때 ‘늦잠’을 자 허겁지겁하게 된다.  

 

‘도둑잠’ -‘도적잠’이라고도 한다. 자야 할 시간이 아닌 때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자는 잠.  

 

‘발칫잠’ -남의 발치에서 불편하게 자는 잠 

 

‘발편잠’ -근심이나 걱정이 없어져 그야말로 마음놓고 편안하게 자는 잠  

 

나라나, 가정이나 개인이나 다 근심 걱정이 없어 발을 펴고 자는 잠이 ‘발편잠’이다. 발편잠을 자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오면 그럴 수 있을까?  

 

‘첫잠’ -막 곤하게 든 잠

‘한뎃잠’ -노숙(露宿), 한둔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