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와 '짬짬이'

 

 

 

최근 한 언론사 오피니언 내용 중 일부다.

"사사건건 부딪히던 거대 양당은 예산안을 짬짜미하고 선거법 개혁을 무산시키는 데 찰떡궁합이다."

밑줄 친 '짬짜미하고'가 무슨 뜻일까? 혹시 '짬짬이'를 '짬짜미'로 잘못 쓴 것은 아닌가?

두 낱말은 비슷한 것 같지만 내용과 쓰임이 서로 다르다.

먼저 위 예문에서 쓰인 '짬짜미'는 '남모르게 몇몇이서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을 뜻하는 명사다. 동사인 '짬짜미하다'는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약속이나 수작을 하다'라는 뜻이 된다. '어떤 부정적인 일을 하려고 몇 사람끼리만 비밀리에 의논하여 약속하다'라는 뜻을 가진 '짜다'에 뿌리를 둔 말이다.

 
 

'짬짜미'나 '짬짜미하다'라는 말은 이렇게 쓰인다.

"영철이가 갑자기 나를 무시하는 걸 보니 다른 친구들과 짬짜미가 있는 게 분명해."

"엄마 몰래 동생과 영화관에서 만나기로 짬짜미해 놓았다."

'짬짜미'의 유의어로는 밀약, 담합 등이 있다. 참고로 '귀속짬짜미'는 '귀엣말로 하는 다짐', 즉 '귓속다짐'의 북한말이다.

'짬짬이'는 발음이 [짬짜미]로 '짬짜미'와 같다. 하지만 뜻은 다르다. 부사에 속하는데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를 뜻한다.

유의어로는 '간간이' '틈틈이'가 있다.

'짬짬이'는 "아저씨는 버스 운전을 하면서도 짬짬이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한다"

"우리 엄마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짬짬이 할머니 가게 일을 도와주신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예시〉

―'짬짜미 입찰'은 자기들끼리 짜고 한 사람이 낙찰받도록 입찰하는 일을 뜻한다.

―국회의원들의 예산안 심사가 밀실 담합, 짬짜미 예산 편성이라는 오명을 벗도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끼리만 짬짜미해서 놀러 가기로 한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교복 업체들이 짬짜미하여 값을 인상하려다 학부모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할머니는 60세가 넘어 짬짬이 시를 쓰다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시집을 내셨다.

―미용사 김씨는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무의탁 노인들을 방문해 머리 손질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