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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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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1~#4 / 고재종
정조앤
Apr 25, 2026 10496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200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7959
510 고독―김광섭(1905∼1977)
정조앤
Jul 06, 2025 1484
내 하나의 생존자로 태어나서 여기 누워 있나니 한 간(間) 무덤 그 너머는 무한한 기류의 파동도 있어 바다 깊은 그곳 어느 고요한 바위 아래 내 고단한 고기와도 같다. ―김광섭(1905∼1977) 1938년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이다. 김광섭 초기 시의 대표적 작...  
509 생일파티 / 문정희
정조앤
Jun 28, 2025 1607
싱싱한 고래 한 마리 내 허리에 살았네 그때 스무 살 나는 푸른 고래였지 서른 살 나는 첼로였다네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잘 길든 사내의 등어리를 긁듯이 그렇게 나를 긁으면 안개라고 할까 매캐한 담배 냄새 같은 첼로였다네 마흔 살 때 장송곡을 틀었...  
508 사슴공원에서 / 고영민
정조앤
Jun 28, 2025 1350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계절이 바뀌었다 어디까지가 여름이고 어디부터가 가을일까 누가 벗어놓은 신발을 돌려놓았다 오늘 나는 아주 먼 곳에 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은 침엽수처럼 무표정하다 젊은 어느 날의 책 속처럼 지금도 사슴공원 어딘가에선 사랑...  
507 나뭇잎은 물고기를 닮았다 / 허형만
정조앤
Jun 28, 2025 1389
물고기를 닮은 나뭇잎들이 새파란 하늘을 바다로 알고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헤엄친다 나무들은 허공의 중심에서 몸을 푼다 그래야 하늘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산책길에 한 마리 물고기가 된다  
506 꽃내림 / 박노해
정조앤
Jun 25, 2025 1484
오늘은 무슨 꽃이 피어나는가 오늘은 무슨 꽃이 떨어지는가 ​ 아침이면 가장 먼저 피고지는 꽃들을 문안한다 ​ 너에게 꽃은 장식이지만 나에게 꽃은 성전이다 ​ 꽃보다 밥이라고 말하지 마라 문제는 먹고사는 거라고 소리치지 마라 ​ 밥도 삶도 꽃을 타고 왔...  
505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정조앤
Jun 25, 2025 1538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숨죽여 홀로 운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못 볼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  
504 나 자신을 기리는 노래 ―김소연(1967∼ )
정조앤
Jun 20, 2025 1591
(생략) 설거지통 앞 하얀 타일 위에다 밥그릇에 고인 물을 찍어 시 한 줄을 적어본다 네모진 타일 속에는 그 어떤 암초에도 닿지 않고 먼 길을 항해하다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그의 방주가 있다 눈물로 바다를 이루어 누군가가 방주를 띄울 수 있도록 하는 ...  
503 소금이 가고 / 정끝별
정조앤
Jun 16, 2025 1446
소금이 가고 / 정끝별 꽃에 물을 주었다 꽃에서 물이 거두어지는 사이 가면 길은 뒤로 오고 가면 뒤가 환해지는 사이 유월 비 온 뒤 꽃 지고 너 가고 흰꽃이 왔다 그 유월 또 비 온 뒤 눈물이라는 눈물 다 빠진 얼굴에 흰 꽃이 고슬고슬해졌다 수차가 모든 날...  
502 덮어준다는 것 / 복효근
정조앤
Jun 16, 2025 1340
덮어준다는 것 / 복효근 달팽이 두 마리가 붙어 있다 빈집에서 길게 몸을 빼내어 한 놈이 한 놈을 덮으려 하고 있다 덮어주려 하고 있다 일생이 노숙이었으므로 온몸이 맨살 혹은 속살이었으므로 상처이었으므로 부끄럼이었으므로 덮어준다는 것, 사람으로 말...  
501 삶이라는 도서관 / 송경동
정조앤
Jun 07, 2025 1186
삶이라는 도서관 / 송경동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  
500 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 안차애
정조앤
Jun 07, 2025 1591
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 안차애 초록초록한 것들을 보면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 초록은 뜯어먹고 싶고 초록은 부비부비 입 맞추고 싶고 초록은 바람과 그늘을 불러 모으고, 슈펭글러(Spengler, R, Ostwald)는 초록을 가톨릭의 색이라고 했으니, 마리아 엄마...  
499 숲―정희성(1945∼ )
정조앤
Jun 03, 2025 1275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1945∼ ) ...  
498 어떤 귀로 ―박재삼(1933∼1997)
정조앤
Jun 03, 2025 1265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뿌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 자는데, 보는 ...  
497 첫사랑―고재종(1957∼ )
정조앤
May 04, 2025 3359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  
496 오래 만진 슬픔―이문재(1959∼ )
정조앤
May 04, 2025 1695
(생략)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  
495 부추꽃 피면 / 김은아
정조앤
Apr 27, 2025 1141
부추꽃 피면 / 김은아 잘리고 잘려도 포기하지 않고 너는 잎을 키웠다 한 번 심어 놓으니 수십 번을 잘려 나가도 불평불만 하지 않고 주인의 손길 거부하지 않았다 ​ 잠시 한눈판 사이 키를 키운 꽃줄기가 순식간에 올라왔다 그 끝에 하얀 꽃봉오리 별빛 되어...  
494 버스를 기다리는 저녁 / 윤영권
정조앤
Apr 27, 2025 1107
버스를 기다리는 저녁 / 윤영권 버스가 오랫동안 오지 않은 날엔 가슴에 불꽃 하나 올려놓고 기도를 한다 벌써 두 시간 먼지를 채울 듯 시작한 비는 빌딩을 타고 내려와 거리를 적시고 젖은 길 위에 가로수들이 손도장을 찍으며 즐거웠던 시절을 갈무리한다 ...  
493 봄의 팔뚝 / 최수일
정조앤
Apr 18, 2025 1420
봄의 팔뚝 / 최수일 햇살이 재잘재잘 머무는 돌축 아래나 도랑 둑 둥치 잘린 나무 밑동이나, 여기저기 널려 있는 큼지막한 돌팍 밑에서 ​ 땅을 헤집고 머리를 내미는 버들치 혀 같은 새싹, ​ 초유(初乳)같이 묽은 초록이다, 문득 ​ 오래전 고향집 마당에서 콩...  
492 봄비를 데리고 잠을 잤는데 / 길상호
정조앤
Apr 18, 2025 1449
봄비를 데리고 잠을 잤는데 / 길상호 베어 묶어 둔 빗줄기가 뒷마당에 다발로 쌓여 있었다 ​ 금낭화는 네 개의 유골단지를 쪼르르 들고 꽃가지가 휘었다 ​ 뒷산에서 잠시 내려온 아버지와 큰형과 둘째형과 똥개 메리는 대화를 나눌 입이 없고 ​ 서로를 무심히...  
491 쑥국 / 박준
정조앤
Apr 10, 2025 1422
쑥국 / 박준 방에 모로 누웠다 ​ 나이 들어 말이 어눌해진 아버지가 쑥을 뜯으러 가는 동안 ​ 나는 저녁으로 쑥과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 ​ 내가 남도에서 자란 얼굴이 검고 종아리가 두꺼운 사내였다면 ​ 된장 대신 도다리 한 마리를 넣어 맑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