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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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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6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642
357 소녀와 수국, 그리고 요람―김선우(1970∼)
정조앤
Jan 01, 2024 220
죽음은 자연스럽다 캄캄한 우주처럼 별들은 사랑스럽다 광대한 우주에 드문드문 떠 있는 꿈처럼 응, 꿈 같은 것 그게 삶이야 엄마가 고양이처럼 가릉거린다 얄브레한 엄마의 숨결이 저쪽으로 넓게 번져 있다 아빠가 천장에 나비 모빌을 단다 무엇이어도 좋은 ...  
356 겨울 강가에서―안도현(1961∼ )
정조앤
Dec 26, 2023 183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  
355 높새가 불면-이한직(1921∼1976)
정조앤
Dec 26, 2023 170
높새가 불면 / 당홍 연도 날으리 향수는 가슴에 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 / 지팡이 짚고 짚풀을 삼어 / 짚새기 신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 슬프고 고요한 / 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 황나비도 날으리 생활도 갈등도 / 그리고 산술도 / 다 잊어버리고 백화...  
354 바람속의 잠 / 김정아
정조앤
Dec 14, 2023 223
바람속의 잠 / 김정아 억새들이 서로를 껴안다가 기어이 출렁거리는 무덤이 되어버린 그곳 바람이 비닐 창을 움켜잡고 마구 흔들어댄다 돌멩이를 눌러 둔 천막은 왝왝거리며 멀미를 하고 덜컹거리는 문틈 사이에 뜯겨져 나간 햇볕이 먼지 바닥에 누런 가래침...  
353 아직도 둠벙 / 마경덕
정조앤
Dec 14, 2023 171
아직도 둠벙 / 마경덕 잠잘 때도 둠벙의 지느러미는 자라고 있었다 물풀 사이로 뛰어든 돌멩이에 맞아 물의 힘살이 오그라들고 파닥파닥 물속에서 꽃이 피었다 논둑길 옆 둠벙의 뿌리는 구지레한 물풀과 자잘한 금붕어들 발소리에 속아 내뱉은 물방울을 물고 ...  
352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 정현우
정조앤
Dec 14, 2023 240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 정현우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될 때 어둠 속에 손을 담그면 출렁이는 두 눈, 검은 오늘 아래 겨울이 가능해진 밤, 도로에 납작 엎드린 고양이 속에서, 적막을 뚫는 공간, 밤에서 밤을 기우는 무음, 나는 흐릅니다. 겨...  
351 다정도 병인 양―이현승(1973∼)
정조앤
Dec 10, 2023 185
왼손등에 난 상처가 오른손의 존재를 일깨운다 한 손으로 다른 손목을 쥐고 병원으로 실려오는 자살기도자처럼 우리는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지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려놓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소설가처럼 삶은 늘 위로인지 경고인지 모를 손을 내...  
350 밥풀―이기인(1967∼)
정조앤
Dec 10, 2023 116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 한 슬픔이 울고 또 ...  
349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정조앤
Dec 01, 2023 154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 2 누군가 찌르라기 ...  
348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정조앤
Dec 01, 2023 266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  
347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정조앤
Dec 01, 2023 182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이른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쪽으로 휘어진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 보다 가지가 덜리고 둥지가 찢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  
346 낙엽송―신달자(1943∼ )
정조앤
Nov 27, 2023 148
가지 끝에 서서 떨어졌지만 저것들은 나무의 내장들이다 어머니의 손끝을 거쳐 어머니의 가슴을 훑어 간 딸들의 저 인생 좀 봐 어머니가 푹푹 끓이던 속 터진 내장들이다 ―신달자(1943∼ ) 수능 시험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 애 재수한...  
345 가을의 시―김현승(1913-1975)
정조앤
Nov 27, 2023 155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를 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  
344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1948∼1991)
정조앤
Nov 13, 2023 183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  
343 무화과 숲―황인찬(1988∼)
정조앤
Nov 06, 2023 136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창밖을 봤다 쌀을 씻다가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342 화남풍경-―박판식(1973∼)
정조앤
Nov 06, 2023 122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  
341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이현숙
Oct 30, 2023 134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는 먹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당연히 흑백이다. 여백도 많다. 채색도 디테일도 빠졌으...  
340 화남풍경-―박판식(1973∼)
이현숙
Oct 29, 2023 131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  
339 달아 ― 김후란(1934∼ )
이현숙
Oct 25, 2023 118
달아 ― 김후란(1934∼ )   달아 후미진 골짜기에 긴 팔을 내려 잠든 새 깃털 만져주는 달아 이리 빈 가슴 잠 못 드는 밤 희디흰 손길 뻗어 내 등 쓸어주오 떨어져 누운 낙엽 달래주는 부드러운 달빛으로   이번 추석에는 무슨 소원을 빌까. 달 중에 제일...  
338 석양 / 허형만
이현숙
Oct 23, 2023 133
석양 / 허형만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