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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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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6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642
417 중환자실에서―정채봉(1946∼2001)
정조앤
Jul 31, 2024 80
탁자 위 맑은 유리컵에 담긴 물이 자꾸 먹고 싶어 입을 벌리다가 나는 내 육신이 불쌍해졌다 주인을 잘못 만나 이 무슨 고생인가 나는 내 육신에게 진정 사과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채봉(1946∼2001) 첫아기를 낳았을 때, 세상 모든 아기가 ...  
416 열애 / 신달자
정조앤
Jul 26, 2024 106
열애 /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415 빗소리 / 한상신
정조앤
Jul 26, 2024 99
빗소리 / 한상신 불을 켜니까 발목이 번진다 나는 어깻죽지 툭툭 털며 빗소리를 벗는다 늘 먼 곳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오는 빗소리 신발장을 열고 빗소리 닫고 비에 젖은 운동화 뒤축이 어둡다 운동화 끈을 잃고 끈구멍이 사라지고 빗소리 몇 모숨이 실종...  
414 즐거운 등 / 강기영
정조앤
Jul 22, 2024 101
즐거운 등 / 강기영 우리 동네 수선집 아저씨는 늘 등 뒤에다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 세상 돌아가는 일들 다 등 뒤에다 놓아두고 눈앞에 놓인 실밥을 뜯는다 ​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돋보기안경 알에 우묵하게 고이듯 온갖 일들 다 알고 있다 ​ 줄...  
413 모래는 뭐래? / 정끝별
정조앤
Jul 22, 2024 92
모래는 어쩌다 얼굴을 잃었을까? 모래는 무얼 포기하고 모래가 되었을까? 모래는 몇천 번의 실패로 모래를 완성했을까? 모래도 그러느라 색과 맛을 다 잊었을까? 모래는 산 걸까 죽은 걸까? 모래는 공간일까 시간일까? 그니까 모래는 뭘까? 쏟아지는 물음에 ...  
412 마음 ―윤재철(1953∼ )
정조앤
Jul 22, 2024 93
사랑만 한 수고로움이 어디 있으랴 평생을 그리워만 하다 지쳐 끝날지도 모르는 일 마음속 하늘 치솟은 처마 끝 눈썹 같은 낮달 하나 걸어두고 하냥 그대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 미련하다 수고롭구나 푸른 가지 둥그렇게 감아올리며 불타는 저 향나무 ―윤재철(...  
411 중요한 역할―임승유(1973∼ )
정조앤
Jul 16, 2024 89
작고 예뻐서 데려온 애가 남천이었어요.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하고. 한동네 살다가 이사간 금천이라는 애도 생각나고. 그래서 잘 키워보고 싶었죠. 생각날 때마다 창문 열어주면서 물 주면서 그랬는데 시들해요. 일조량이 부족했을까요. 금천이가 중학생이 ...  
410 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정조앤
Jul 12, 2024 90
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옥수수를 추수하려면 낫이 있어야 한단다 시퍼런 날이 선 낫이 있어야 한단다 빛이 어룽댈 정도로 날 선 낫날로 쳐 넘겨야 한단다 그러면 옥수수는 콱, 자빠지겠지 무릎을 잃고 주저앉겠지 초록 비린내가 왈칵, 뿜어져 나오겠지 하지만...  
409 초록농사 / 김솜
정조앤
Jul 12, 2024 95
초록농사 / 김솜 수목장이 있는 숲길로 접어든다 발자국 소리가 쏘아올린 새떼 떡갈나무 우듬지 끝에 고물고물 놀던 햇살이 반짝, 몸을 턴다 스스럼없이 스크럼을 짜는 초록, 지금 절정이다 서로의 어깨를 감아올린 푸른 연대가 다분하고 다정하다 옥천 향수...  
408 역광의 세계 ―안희연(1986∼ )
정조앤
Jul 08, 2024 105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  
407 울음이 있는 방―최영숙(1960∼2003)
정조앤
Jul 08, 2024 88
1 한 여인이 운다네 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 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 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 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 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 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 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  
406 사소한 새벽 / 이민하
정조앤
Jul 02, 2024 114
사소한 새벽 / 이민하 할머니 화장은 왜 하셨어요. 어딜 급히 가시려고 빨간 루주가 어색한 줄도 모르고 문을 열고 바람을 맞고 계세요. 화장 고치는 건 사진 속의 꽃 가꾸는 일보다 쉬운 일이잖아요. 아파트 화단만 지나면 벌통처럼 북적거리는 시장엔 왜 며...  
405 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정조앤
Jul 02, 2024 136
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연필을 깎는다 사각이며 깎여 나가는 소리가 한 사람이 멀리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 같다 저문 안부가 보낼 때마다 하루를 긁적이게 하는 노을의 붉은 빛처럼 수북해져 연필이 깎여 나갈수록 내 생활의 변명처럼...  
404 저 꽃은 저물 무렵―이소연(1983∼ )
정조앤
Jun 28, 2024 100
화장실에 꽃을 두고 왔다 모래사장에 짐을 내려놓고서야 생각났다 매리골드는 처음이잖아 이러니까 그리운 게 나쁜 감정 같네 누굴 주려던 건 아니지만 두고 온 꽃을 가지러 갈까? 이미 늦은 일이야 그냥 평생 그리워하자 꽃을 두고 왔어 내가 말했을 때 우리...  
403 산수국 / 허형만
정조앤
Jun 22, 2024 110
산수국 / 허형만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  
402 계속―안미옥(1984∼)
정조앤
Jun 17, 2024 153
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 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 영혼은 생활이 없고 영혼은 ...  
401 비 듣는 밤 / 최창균
정조앤
Jun 17, 2024 121
비 듣는 밤 / 최창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빗소리 참으로 많은 생을 불러 세우는구나 제 생을 밀어내다 축 늘어져서는 그만 소리하지 않는 저 마른 목의 풀이며 꽃들이 나를 숲이고 들이고 추적추적 세워놓고 있구나 어둠마저 퉁퉁 불어터지도록 세울 것처...  
400 봉숭아 / 도종환
정조앤
Jun 17, 2024 132
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  
399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정조앤
Jun 11, 2024 124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398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정조앤
Jun 11, 2024 132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없이 컹컹 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