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
정조앤 |
Jan 19, 2022 |
1655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
정조앤 |
Apr 05, 2016 |
1642 |
117 |
|
잊는 일 ―손택수(1970∼)
|
정조앤 |
Apr 20, 2020 |
280 |
잊는 일 ―손택수(1970∼) 꽃 피는 것도/잊는 일/꽃 지는 것도/잊는 일 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기억에도 없는 이름아 잊고 잊어/잊는 일/아슴아슴/있는 일 ‘기억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혹은 가볍게 쓰는 표현이다. 기억은 실체도 없고 지난...
|
116 |
|
달이 뜨고 진다고 ―이수정(1974∼)
|
정조앤 |
Apr 05, 2020 |
260 |
달이 뜨고 진다고 ―이수정(1974∼)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중략)… 은지느러미의 분수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편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심해어들을 몰고 밤새 내게 한 사람의 목...
|
115 |
|
밀물 ―정끝별(1964∼)
|
정조앤 |
Apr 05, 2020 |
306 |
밀물 ―정끝별(1964∼) 가까스로 저녁에서야/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오늘은 정끝별 시인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 편의 시를 소...
|
114 |
|
이슬방울 ―이태수(1947∼)
|
정조앤 |
Mar 26, 2020 |
220 |
이슬방울 ―이태수(1947∼)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중략)…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
|
113 |
|
독감 ―박소란(1981∼)
|
정조앤 |
Mar 17, 2020 |
260 |
독감 ―박소란(1981∼) 죽은 엄마를 생각했어요/또다시 저는 울었어요 죄송해요 고작 감기일 뿐인데/어디야? 꿈속에서 응, 집이야, 수화기 저편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데 내가 모르는 거기 어딘가 엄마의 집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엄마의 집은 아프지 않겠구나 병...
|
112 |
|
신문지 밥상 ― 정일근(1958∼)
|
정조앤 |
Mar 17, 2020 |
378 |
신문지 밥상 ― 정일근(1958∼)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
|
111 |
|
두 사람 ― 이병률(1967∼)
|
정조앤 |
Mar 17, 2020 |
443 |
두 사람 ― 이병률(1967∼)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
110 |
|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 ― 신현림(1961∼ )
|
정조앤 |
Feb 24, 2020 |
272 |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 ― 신현림(1961∼ ) 내 몸은 폐가야 내 팔이 하얀 가래떡같이 늘어나도 당신에게 닿지 않는다 사랑하는 당신, 어디에 있지 사랑하는 당신, 함께 나무 심어야 하는데 사랑하는 당신, 나는 몹시 춥거든 보일러가 고장 났거든 문마다 잠기고,...
|
109 |
|
다음 생에 할 일들 ― 안주철(1975∼ )
|
정조앤 |
Feb 24, 2020 |
277 |
다음 생에 할 일들 ― 안주철(1975∼ ) 아내가 운다. 나는 아내보다 더 처량해져서 우는 아내를 본다. 다음 생엔 돈 많이 벌어올게. 아내가 빠르게 눈물을 닦는다.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음 생에는 집을 한 채 살 수 있을 거야. 아내는 내 얼굴을 ...
|
108 |
|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 이제니(1972∼)
|
정조앤 |
Feb 24, 2020 |
287 |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 이제니(1972∼) 매일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매일 얼굴을 씻는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중략) 잃...
|
107 |
|
벙어리장갑 ― 오탁번(1943∼)
|
정조앤 |
Feb 24, 2020 |
274 |
벙어리장갑 ― 오탁번(1943∼) 여름내 어깨순 집어준 목화에서 마디마디 목화꽃이 피어나면 달콤한 목화다래 몰래 따서 먹다가 어머니한테 나는 늘 혼났다 그럴 때면 누나가 눈을 흘겼다 ―겨울에 손 꽁꽁 얼어도 좋으니? (…중략…) 까치설날 아침에 잣눈이 내리...
|
106 |
|
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
정조앤 |
Jan 28, 2020 |
304 |
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
|
105 |
|
눈 오는 밤에 ― 김용호(1912∼1973)
|
정조앤 |
Jan 28, 2020 |
370 |
눈 오는 밤에 ― 김용호(1912∼1973) 오누이들의/정다운 얘기에/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
|
104 |
|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
정조앤 |
Jan 08, 2020 |
294 |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서로 다른 가을을 보내고 서로 다른 아프리카를 생각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드디어 외로운 노후를 맞고 드디어 이유 없이 가난해지고 드디어 사소한 운명을 수긍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
103 |
|
꽃씨 - 이수복(1924∼1986
|
정조앤 |
Jan 08, 2020 |
273 |
꽃씨 - 이수복(1924∼1986) 가장 귀한 걸로 한 가지만 간직하겠소 그러고는 죄다 잊어버리겠소. 꽃샘에 노을질, 그 황홀될 한 시간만 새김질하며 시방은 눈에 숨어 기다리겠소. 손금 골진 데 꽃씨를 놓으니 문득 닝닝거리며 날아드는 꿀벌들…… 따순 해 나래를 ...
|
102 |
|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
정조앤 |
Jan 08, 2020 |
470 |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
|
101 |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1948∼1991)
|
정조앤 |
Jan 08, 2020 |
272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1948∼1991)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중략)…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
|
100 |
|
늦가을 문답 ― 임영조(1943∼2003)
|
정조앤 |
Dec 02, 2019 |
269 |
늦가을 문답 ― 임영조(1943∼2003) 그동안 참 열심히들 살았다 나무들은 마지막 패를 던지듯 벌겋게 상기된 이파리를 떨군다 한평생 머리채를 휘둘리던 풀잎도 가을볕에 색 바랜 몸을 뉘고 편하다 억척스레 살아온 저마다의 무게를 땅 위에 반납하는 가벼움이...
|
99 |
|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
정조앤 |
Dec 02, 2019 |
618 |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어머니 눈가를 비비시더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비시더니 어린 순애 떠나는 버스 밑에서도 잘 가라 손 저어 말씀하시고 눈 붉혀 조심해라 이어시더니 사람 많은 출차대 차마 마음 누르지 못해 내려보고 올려보시더니 어머니 털...
|
98 |
|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
정조앤 |
Dec 02, 2019 |
281 |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조금만 실수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 “아 미치겠네” 중얼거리는 아이, 별것 아닌 일에 ‘애들이 나 보면 가만 안 두겠지?’ 걱정하는 아이, 좀처럼 웃지 않는 아이, 좀처럼 안 웃어도 피곤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