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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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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1~#4 / 고재종
정조앤
Apr 25, 2026 7926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7128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5408
383 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정조앤
May 08, 2024 1534
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개나리 가지들이 하늘에다 낙서하고 있다 심심해 미쳐버릴 것 같은 아이의 스케치북처럼 찢어지도록 거칠게 선을 그어 낙서로 구름 위에 깽판을 치고 있다. 하늘이 지저분해지도록 늦겨울 흑백 풍경을 박박 그어 지우고 있다. ​ 작년 ...  
382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정호승(1950∼ )
정조앤
Apr 30, 2024 1705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  
381 그렇습니다―김소연(1967∼)
정조앤
Apr 30, 2024 1250
응, 듣고 있어 그녀가 그 사람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라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입술을 조금씩 움직여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그 사람은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다시 그 이야기를 했고 한참이나 다른 이야기를 하...  
380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손택수(1970∼ )
정조앤
Apr 30, 2024 1263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 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딨나 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병을 앓는 것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을 때 오다가다 안면을 트고 지낸 은목서...  
379 목련―이대흠(1967∼)
정조앤
Apr 15, 2024 1351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  
378 낮 동안의 일-남길순(1962∼)
정조앤
Apr 15, 2024 1121
오이 농사를 짓는 동호씨가 날마다 문학관을 찾아온다 어떤 날은 한아름 백오이를 따 와서 상큼한 냄새를 책 사이에 풀어놓고 간다 문학관은 날마다 그 품새 그 자리 한 글자도 자라지 않는다 햇볕이 나고 따뜻해지면 오이 자라는 속도가 두배 세배 빨라지고 ...  
377 봄길 / 정호승
정조앤
Apr 08, 2024 1269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  
376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정조앤
Apr 08, 2024 1332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 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  
375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정조앤
Mar 27, 2024 1491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  
374 소리의 그물 / 박종해
정조앤
Mar 20, 2024 1306
소리의 그물 / 박종해 풀벌레는 달과 별을 빨아들여 소리의 그물을 짠다 명주실 보다 더 가늘고 연한 소리와 소리의 음계에 달빛과 별빛을 섞는다 나뭇잎마다 포르스름한 별빛과 달의 은빛 입술이 맺혀 있다 풀벌레는 이러할 즈음 잊혀진 그녀의 머리칼 한 올...  
373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정조앤
Mar 20, 2024 1196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물빛 마당 물빛 마당에 징검돌 몇 개 놓고 발목을 걷으며 걷으며 걷는다 찰랑이는 물결 대신 그 옆에 결이라는 말도 놓고 말과 말들이 부딪히며 내는 단내 같은 것도 놓고 돌과 돌 사이의 간격 같은 것도 놓고 아름답지 않았던...  
372 냉이꽃 ―송찬호(1959∼)
정조앤
Mar 14, 2024 1293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  
371 마흔두 개의 초록 / 마종기
정조앤
Mar 07, 2024 1337
마흔두 개의 초록 / 마종기 "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마흔 두 개의 초록을 만난다. 둥근 초록, 단단한 초록, 퍼져 있는 초록 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헹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겨 왁자한 햇살의 장...  
370 그대가 별이라면―이동순(1950∼ )
정조앤
Mar 02, 2024 1205
모드 그대가 별이라면 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모습을 비추어 주는 저녁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무라면 저는 그대의 발등에 덮인 흙이고자 합니다 오, 그대가 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 저는...  
369 봄, 여름, 가을, 겨울―이경임(1963∼ )
정조앤
Feb 26, 2024 1404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겨울이 지나간다 봄, 여름, ...  
368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정조앤
Feb 21, 2024 1380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우포늪은 보이는 것만의 늪이 아니다 어둠 저 밑바닥 시간의 지층을 거슬러 내려가면 중생대 공룡의 고향이 있다 원시의 활활 타오르던 박동이 시린 발끝에 닿기까지 일억 사천 만년 무수한 공룡발자국이 쿵쿵 가슴으로 밀쳐 들어온다...  
367 냉장고 / 강성남
정조앤
Feb 21, 2024 1269
냉장고 / 강성남 할머니, 들어가 계세요 오냐, 그때까지 썩지 않고 있으마. 썩지 않을 만큼의 추위가 방치된 노인 온도조절 장치가 소용없다 집을 비울 때마다 플러그를 뽑으신다 전화 받지 않는 아들에게 재다이얼을 누른다 속을 잘 닫지 않아 눈물이 샌다 ...  
366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정조앤
Feb 21, 2024 1249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  
365 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1907∼1974)
정조앤
Feb 16, 2024 1387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  
364 약속의 후예들-이병률(1967∼ )
정조앤
Feb 16, 2024 1194
강도 풀리고 마음도 다 풀리면 나룻배에 나를 그대를 실어 먼 데까지 곤히 잠들며 가자고 배 닿는 곳에 산 하나 내려놓아 평평한 섬 만든 뒤에 실컷 울어나보자 했건만 태초에 그 약속을 잊지 않으려 만물의 등짝에 일일이 그림자를 매달아놓았건만 세상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