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203
yesterday:
742
Total:
1,372,529


詩 산책

Articles 404
No.
Subject
Author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1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24 내 울음소리―조오현(1932∼2018)
정조앤
Jun 01, 2024 49
한나절은 숲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조오현(1932∼2018) ‘내 울음소리’는 현대 시조이다. ‘시조’라는 말을 듣고 나면 조금 더 보인...  
23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현숙
Oct 17, 2023 48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월 스무 아흐렛날 면사무소 호적계에 들러서 꾀죄죄 때가 묻은 호적을 살펴보면 일곱 살 때 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붉은 줄이 있지 돌 안에 백일해로 죽은 두 형들의 붉은 줄이 있지 다섯 누이들이 시집가서 남긴 붉은...  
22 그렇습니다―김소연(1967∼)
정조앤
Apr 30, 2024 47
응, 듣고 있어 그녀가 그 사람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라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입술을 조금씩 움직여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그 사람은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다시 그 이야기를 했고 한참이나 다른 이야기를 하...  
21 혼밥―이덕규(1961∼)
정조앤
May 13, 2024 47
낯선 사람들끼리 벽을 보고 앉아 밥을 먹는 집 부담없이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목로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나와 함께 ...  
20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신경림(1936∼2024)
정조앤
Jun 01, 2024 47
(…) 사람 사는 곳 어디인들 크게 다르랴, 아내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자식 닮은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매화꽃 피고 지기 어언 십년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기껏 떠났던 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아니, 당초 집...  
19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정조앤
May 08, 2024 46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 처럼 ​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  
18 냉장고 / 강성남
정조앤
Feb 21, 2024 46
냉장고 / 강성남 할머니, 들어가 계세요 오냐, 그때까지 썩지 않고 있으마. 썩지 않을 만큼의 추위가 방치된 노인 온도조절 장치가 소용없다 집을 비울 때마다 플러그를 뽑으신다 전화 받지 않는 아들에게 재다이얼을 누른다 속을 잘 닫지 않아 눈물이 샌다 ...  
17 따뜻한 사전 / 이향란
이현숙
Oct 11, 2023 46
그대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것처럼 친구와 다정히 어깨동무하고 걷는 것처럼 낯선 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낳는 것처럼 허공의 나비를 고운 눈길로 이끄는 것처럼 큰 키의 나무를 선선히 올려다보는 것처럼 하늘에 떠있는 것들...  
16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정조앤
Mar 20, 2024 45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물빛 마당 물빛 마당에 징검돌 몇 개 놓고 발목을 걷으며 걷으며 걷는다 찰랑이는 물결 대신 그 옆에 결이라는 말도 놓고 말과 말들이 부딪히며 내는 단내 같은 것도 놓고 돌과 돌 사이의 간격 같은 것도 놓고 아름답지 않았던...  
15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손택수(1970∼ )
정조앤
Apr 30, 2024 42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 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딨나 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병을 앓는 것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을 때 오다가다 안면을 트고 지낸 은목서...  
14 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정조앤
May 08, 2024 41
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개나리 가지들이 하늘에다 낙서하고 있다 심심해 미쳐버릴 것 같은 아이의 스케치북처럼 찢어지도록 거칠게 선을 그어 낙서로 구름 위에 깽판을 치고 있다. 하늘이 지저분해지도록 늦겨울 흑백 풍경을 박박 그어 지우고 있다. ​ 작년 ...  
13 소 / 김기택
정조앤
May 13, 2024 41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나오도록 ...  
12 유월 / 유홍준
정조앤
Jun 07, 2024 41
유월 / 유홍준 차가운 냉정 못에 붕어 잡으러 갈까 자귀나무 그늘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멍한 생각 하러 갈까 손톱 밑이나 파러 갈까 바늘 끝에 끼우는 지렁이 고소한 냄새나 맡으러 갈까 여러 마리는 말고 두어 마리 붕어를 잡아 매끄러운 비늘이나 만지러...  
11 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정조앤
May 17, 2024 40
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빗금으로 쏟아지는 투명 햇살 까치발로 춤추는 아침 안개 속 하나둘 눈 뜨는 이야기 돌 틈 풀꽃에 발걸음 멈추고 돌계단 문턱에서 가슴 설렌다 담장 구석 지워진 낙서 한 줄에도 코가 싸하다 이끼 묻은 성대 길켠의 정자나무가 풀어...  
10 야생 별꽃 / 윤옥란
정조앤
May 17, 2024 37
야생 별꽃 / 윤옥란 양지쪽 무릎이 해진 작업복들 잔설 속에 피어 있는 별꽃을 유심히 보고 있다 사내들 풀꽃을 보고 봄소식 전하는 것일까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꺼낸다 어쩌면 이곳의 봄소식 보다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9 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정조앤
May 13, 2024 35
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이십 년 넘게 치매를 앓던 앞집 할머니 위암이 머리로 번져 헛소리 하던 송씨 술독에 빠져 폭력을 휘두르던 김씨도 한 달 사이에 저승으로 간 나무에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나무들은 할머니를 진찰하다 곧은 내력은 줄...  
8 우표 / 함민복
정조앤
Jun 07, 2024 29
우표 / 함민복 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 마음 무거워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길만 자꾸 눈에서 흘러내려 두부처럼 마음 눌리고 있을 때 다가온 우편배달부 아저씨 또 무슨 빚 때문일까 턱, 숨 막힌 날 다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 시켜주고 우리...  
7 계속―안미옥(1984∼)
정조앤
Jun 17, 2024 29
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 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 영혼은 생활이 없고 영혼은 ...  
6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정조앤
Jun 11, 2024 28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5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정조앤
Jun 11, 2024 24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없이 컹컹 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