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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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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1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64 봄, 여름, 가을, 겨울―이경임(1963∼ )
정조앤
Feb 26, 2024 66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겨울이 지나간다 봄, 여름, ...  
63 힘의 동경 ―오상순(1894∼1963)
정조앤
Oct 16, 2020 66
힘의 동경 ―오상순(1894∼1963) 태양계에 축이 있어 한 번 붙들고 흔들면 폭풍에 사쿠라 꽃같이 별들이 우슈슈 떨어질 듯한 힘을 이 몸에 흠뻑 느껴보고 싶은 청신한 가을 아침― 이 시는 공초 오상순의 것이다. 공초 선생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고...  
62 날개뼈―조온윤(1993∼)
정조앤
Aug 29, 2022 6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 태어나 한 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 생경한 언덕 위처럼 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 인...  
61 종이컵 / 강민숙
이현숙
Oct 04, 2023 66
내게는 손이 없다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도 없다 도망칠 발도 없다 나에게는 온통 없는 것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펄펄 끓는 물속도 타오르는 불길도 무섭지가 않다 사람들 손에 잠시 들렸다가 버려지는 삼 그램쯤 되는 목숨 하나 덩그러니 ...  
60 화남풍경-―박판식(1973∼)
이현숙
Oct 29, 2023 66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  
59 냉이꽃 ―송찬호(1959∼)
정조앤
Mar 14, 2024 66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  
58 육탁―배한봉(1962∼ )
정조앤
Oct 21, 2022 65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하략) ―배한봉(1962∼ ) 산에는 절이 있고, 절 안에는 목어가 있...  
57 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정조앤
Feb 13, 2023 65
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금요일 저녁엔 영화관람을 하고 일요일 아침엔 흰 셔츠를 입고 버드나무 성당엘 갑니다 강의 서쪽에 살 땐 자꾸 눈물이 차올라 일없이 강가에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지요 내 정수리께 새치가 생기고 당신의 쇄골은 아름답고 숭고했습...  
56 내가 천사를 낳았다―이선영(1964∼ )
정조앤
Apr 29, 2023 65
내가 천사를 낳았다 배고프다고 울고 잠이 온다고 울고 안아달라고 우는 천사, 배부르면 행복하고 안아주면 그게 행복의 다인 천사, 두 눈을 말똥말똥 아무 생각 하지 않는 천사 누워 있는 이불이 새것이건 아니건 이불을 펼쳐놓은 방이 넓건 좁건 방을 담을 ...  
55 마흔두 개의 초록 / 마종기
정조앤
Mar 07, 2024 65
마흔두 개의 초록 / 마종기 "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마흔 두 개의 초록을 만난다. 둥근 초록, 단단한 초록, 퍼져 있는 초록 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헹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겨 왁자한 햇살의 장...  
54 스위스행 비행기-― 김점용(1965∼2021)
정조앤
Aug 13, 2021 64
익룡의 깃털이 비대칭이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날지는 않았겠지 / 가끔은 적에게 쫓겨 죽은 척도 하고 / 잠시 잠깐 죽는 연습도 하며 / 이 무거운 별에서 이륙하기 위해 죽어라 달리다가 / 덜커덕 죽기도 했겠지 / 한 마리의 익룡이 하...  
53 달아 ― 김후란(1934∼ )
이현숙
Oct 25, 2023 64
달아 ― 김후란(1934∼ )   달아 후미진 골짜기에 긴 팔을 내려 잠든 새 깃털 만져주는 달아 이리 빈 가슴 잠 못 드는 밤 희디흰 손길 뻗어 내 등 쓸어주오 떨어져 누운 낙엽 달래주는 부드러운 달빛으로   이번 추석에는 무슨 소원을 빌까. 달 중에 제일...  
52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이현숙
Oct 30, 2023 64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는 먹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당연히 흑백이다. 여백도 많다. 채색도 디테일도 빠졌으...  
51 소리의 그물 / 박종해
정조앤
Mar 20, 2024 64
소리의 그물 / 박종해 풀벌레는 달과 별을 빨아들여 소리의 그물을 짠다 명주실 보다 더 가늘고 연한 소리와 소리의 음계에 달빛과 별빛을 섞는다 나뭇잎마다 포르스름한 별빛과 달의 은빛 입술이 맺혀 있다 풀벌레는 이러할 즈음 잊혀진 그녀의 머리칼 한 올...  
50 눈―이정록(1964∼)
정조앤
Oct 29, 2022 6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그 짓무른 눈망울을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싹눈을 온 힘으로 몸을 굴려 등을 떠미는 게 아니다 너 먼저 들어가라 쭈뼛쭈뼛 자리를 바꾸는 까닭은 맷돌구멍 속 삶은 콩들이 서로 가려주려는 것이다 눈꺼풀이 없으니...  
49 둑길 / 함명춘
이현숙
Aug 30, 2023 63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  
48 곤드레밥―김지헌(1956∼)
정조앤
May 04, 2021 62
봄에 갈무리해놓았던/곤드레나물을 꺼내 해동시킨 후/들기름에 무쳐 밥을 안치고/달래간장에 쓱쓱 한 끼 때운다/강원도 정선 비행기재를 지나/나의 위장을 거친 곤드레는/비로소 흐물흐물해진 제 삭신을/내려놓는다/반찬이 마땅찮을 때 생각나는 곤드레나/톳...  
47 [유튜브]문정희 시인 서울도서관서 문학콘서트
정조앤
Jan 14, 2022 61
 
46 매미 / 박수현
이현숙
Aug 25, 2023 61
사내는 빨리 발견되길 바랐던 모양이다 산책로에서 겨우 서너 걸음 떨어진 나무에 목을 매었다 포로로 잡힌 무사가 벗어놓은 방패와 투구처럼 자신의 점퍼와 벙거지 모자를 나뭇가지에 걸쳐두었다 벗어놓은 옷과 모자가 그의 생을 온전히 열어젖히지는 못했는...  
45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정조앤
Feb 21, 2024 60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