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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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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1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84 폭우 지난 ― 신철규(1980∼ )
정조앤
Jul 10, 2023 90
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83 여간 고맙지 않아 ―한영옥(1950∼ )
정조앤
Jul 10, 2023 156
어제의 괴로움 짓눌러주는 오늘의 괴로움이 고마워 채 물 마르지 않은 수저를 또 들어올린다 밥 많이 먹으며 오늘의 괴로움도 대충 짓눌러버릴 수 있으니 배고픔이 여간 고맙지 않아 내일의 괴로움이 못다 쓸려 내려간 오늘치 져다 나를 것이니 내일이 어서 ...  
82 여름 가고 가을 오듯 ―박재삼(1933∼1997)
이현숙
Sep 01, 2023 98
여름 가고 가을 오듯 해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박재삼(1933∼1997)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81 로맨스―서효인(1981∼ )
정조앤
Jul 29, 2023 78
동료가 어디 심사를 맡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후배가 어디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친구가 어디 해외에 초청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그 녀석이 저놈이 그딴 새끼가 오늘은 습도가 높구나 불쾌지수가 깊고 푸르고 오늘도 멍청한 바다처럼 출렁이는 뱃...  
80 수척1―유병록(1982∼ )
정조앤
Jul 29, 2023 52
슬픔이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유병록(1982∼ )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비가 와야 싹이 트고, 곡식이 자라고,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물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그것은 생명...  
79 교실 창가에서―김용택(1948∼ )
정조앤
Jul 29, 2023 96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교실 창 밖 강 건너 마을 뒷산 밑에 보리들이 어제보다 새파랗습니다 저 보리밭 보며 창가에 앉아 있으니 좋은 아버지와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하시던 형님이 생각납니다 운동장 가에 살구나무 꽃망울은...  
78 울고 싶은 마음―박소란(1981∼ )
정조앤
Aug 08, 2023 105
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  
77 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file
정조앤
Sep 07, 2023 108
 
76 새들은 저녁에 울음을 삼킨다네―유종(1963∼ )
이현숙
Aug 24, 2023 55
전깃줄에 쉼표 하나 찍혀 있네 날 저물어 살아 있는 것들이 조용히 깃들 시간 적막을 부르는 저녁 한 귀퉁이 출렁이게 하는 바람 한줄기 속으로 물어 나르던 하루치 선택을 던지고 빈 부리 닦을 줄 아는 작은 새 팽팽하게 이어지는 날들 사이를 파고 들던 피 ...  
75 매미 / 박수현
이현숙
Aug 25, 2023 61
사내는 빨리 발견되길 바랐던 모양이다 산책로에서 겨우 서너 걸음 떨어진 나무에 목을 매었다 포로로 잡힌 무사가 벗어놓은 방패와 투구처럼 자신의 점퍼와 벙거지 모자를 나뭇가지에 걸쳐두었다 벗어놓은 옷과 모자가 그의 생을 온전히 열어젖히지는 못했는...  
74 연년생―박준(1983∼ )
이현숙
Aug 27, 2023 106
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울고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 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지호는 옆에서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박준(1983∼ ) 8월 늦장마가 지겹다면 박준의 ...  
73 소녀와 수국, 그리고 요람―김선우(1970∼)
정조앤
Jan 01, 2024 118
죽음은 자연스럽다 캄캄한 우주처럼 별들은 사랑스럽다 광대한 우주에 드문드문 떠 있는 꿈처럼 응, 꿈 같은 것 그게 삶이야 엄마가 고양이처럼 가릉거린다 얄브레한 엄마의 숨결이 저쪽으로 넓게 번져 있다 아빠가 천장에 나비 모빌을 단다 무엇이어도 좋은 ...  
72 둑길 / 함명춘
이현숙
Aug 30, 2023 63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  
71 빗소리 / 박형준 file
정조앤
Sep 07, 2023 78
 
70 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 / 신은숙 file
정조앤
Sep 07, 2023 83
 
69 어금니를 뺀 날의 저녁-김성규(1977∼)
이현숙
Oct 20, 2023 77
어린 강아지를 만지듯 잇몸에 손가락을 대본다 한 번도 알지 못하는 감각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일들이 일어나서 살 만한 것인가 이빨로 물어뜯는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말한다 이를 잘 숨기고 필요할 때 끈질기게 물어뜯으라고 이렇게 부드러운 말 속에 ...  
68 하늘 바라기―이준관(1949∼)
정조앤
Sep 15, 2023 60
청보리밭 청하늘 종다리 울어대면 어머니는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 나는 아지랑이로 마당 쓸어놓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눈언저리 시큰거려 머언 하늘 바라기 했지 ―이준관(1949∼)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다 보면 ‘호...  
67 적막이 오는 순서―조승래(1959∼ )
정조앤
Sep 15, 2023 94
여름 내내 방충망에 붙어 울던 매미. 어느 날 도막난 소리를 끝으로 조용해 졌다 잘 가거라, 불편했던 동거여 본래 공존이란 없었던 것 매미 그렇게 떠나시고 누가 걸어 놓은 것일까 적멸에 든 서쪽 하늘, 말랑한 구름 한 덩이 떠 있다 ―조승래(1959∼ ) ...  
66 삶은 감자 / 안도현
이현숙
Sep 25, 2023 86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65 코스모스―김사인(1956∼ )
정조앤
Oct 01, 2023 98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1956∼ ) 소설가 이태준의 수필 중에 ‘가을꽃’이라는 짧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