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226
yesterday:
742
Total:
1,372,552


詩 산책

Articles 404
No.
Subject
Author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1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104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정조앤
Jan 08, 2020 146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서로 다른 가을을 보내고 서로 다른 아프리카를 생각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드디어 외로운 노후를 맞고 드디어 이유 없이 가난해지고 드디어 사소한 운명을 수긍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103 꽃씨 - 이수복(1924∼1986
정조앤
Jan 08, 2020 166
꽃씨 - 이수복(1924∼1986) 가장 귀한 걸로 한 가지만 간직하겠소 그러고는 죄다 잊어버리겠소. 꽃샘에 노을질, 그 황홀될 한 시간만 새김질하며 시방은 눈에 숨어 기다리겠소. 손금 골진 데 꽃씨를 놓으니 문득 닝닝거리며 날아드는 꿀벌들…… 따순 해 나래를 ...  
102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정조앤
Jan 08, 2020 358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  
101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1948∼1991)
정조앤
Jan 08, 2020 18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1948∼1991)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중략)…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  
100 늦가을 문답 ― 임영조(1943∼2003)
정조앤
Dec 02, 2019 164
늦가을 문답 ― 임영조(1943∼2003) 그동안 참 열심히들 살았다 나무들은 마지막 패를 던지듯 벌겋게 상기된 이파리를 떨군다 한평생 머리채를 휘둘리던 풀잎도 가을볕에 색 바랜 몸을 뉘고 편하다 억척스레 살아온 저마다의 무게를 땅 위에 반납하는 가벼움이...  
99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정조앤
Dec 02, 2019 411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어머니 눈가를 비비시더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비시더니 어린 순애 떠나는 버스 밑에서도 잘 가라 손 저어 말씀하시고 눈 붉혀 조심해라 이어시더니 사람 많은 출차대 차마 마음 누르지 못해 내려보고 올려보시더니 어머니 털...  
98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정조앤
Dec 02, 2019 187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조금만 실수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 “아 미치겠네” 중얼거리는 아이, 별것 아닌 일에 ‘애들이 나 보면 가만 안 두겠지?’ 걱정하는 아이, 좀처럼 웃지 않는 아이, 좀처럼 안 웃어도 피곤한 ...  
97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정조앤
Dec 02, 2019 105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  
96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정조앤
Nov 12, 2019 139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 사랑하는 거지 몇 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  
95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 박진숙(1957∼)
정조앤
Nov 12, 2019 168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 박진숙(1957∼) 좁은 벼랑길을 돌아나올 때 맞은편에서 오던 노인에게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내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나는 기침을 했습니다 열이 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안 아픈 데 없이 ...  
94 낙동강 하구에서 ― 허만하(1932∼)
정조앤
Nov 12, 2019 173
낙동강 하구에서 ― 허만하(1932∼) 바다에 이르러 강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강과 바다 사이에서 흐름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강은 슬프게도 아름다운 연한 초록빛 물이 된다. (중략) 두려워 말라, 흐름이여 너는 어머니 품에 돌아가리니 일곱 가지 슬픔의 어...  
93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정조앤
Oct 11, 2019 338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  
92 과목 ― 박성룡(1932∼2002)
정조앤
Oct 11, 2019 285
과목 ― 박성룡(1932∼2002)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 붉은 황토에 가지들은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중략)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흔...  
91 별 닦는 나무 - 공광규(1960∼ )
정조앤
Sep 13, 2019 713
별 닦는 나무 - 공광규(1960∼ ) 은행나무를 /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  
90 조용한 일 ― 김사인(1956∼)
정조앤
Sep 13, 2019 271
조용한 일 ― 김사인(1956∼)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하늘에 왜 불이 났어?” 어린 아들이 묻는다. 깜짝 놀라 고개를...  
89 여행 - 이진명(1955∼ )
정조앤
Aug 27, 2019 157
여행 - 이진명(1955∼ )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안 돌아오는 것들 다시는 안 돌아오는 ...  
88 종소리 - 오장환(1918∼1951)
정조앤
Aug 27, 2019 181
종소리 - 오장환(1918∼1951) 울렸으면……종소리 그것이 기쁨을 전하는 아니, 항거하는 몸짓일지라도 힘차게 울렸으면……종소리 크나큰 종면(鍾面)은 바다와 같은데 (중략) 울렸으면……종소리 젊으디 젊은 꿈들이 이처럼 외치는 마음이 울면은 종소리 같으련마는…...  
87 병점 ― 최정례(1955∼)
정조앤
Aug 27, 2019 143
병점 ― 최정례(1955∼) 병점엔 조그만 기차역 있다 검은 자갈돌 밟고 철도원 아버지 걸어 오신다 철길 가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있었다 어디서 얼룩 수탉 울었다 병점엔 떡집 있었다 우리 어머니 날 배고 입덧 심할 때 병점 떡집서 떡 한 점 떼어먹었다 머리에 ...  
86 소 1 - 권정생(1937∼2007)
정조앤
Aug 27, 2019 129
소 1 - 권정생(1937∼2007) 보릿짚 깔고 보릿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그리고 코로 숨 쉬고 엄마 꿈 꾼다. 아버지 꿈 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  
85 15년 - 김준태(1948∼)
정조앤
Aug 27, 2019 124
15년 - 김준태(1948∼) 도시에서 15년을 살다 보니 달팽이 청개구리 딱정벌레 풀여치 이런 조그마한 것들이 더없이 그리워진다 조그만, 아주 조그마한 것들까지 사람으로 보여와서 날마다 나는 손톱을 매만져댄다 어느날 문득 나도 모르게 혹은 무심하게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