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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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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1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264 아침 식탁 ―이우걸(1946∼ )
정조앤
Oct 16, 2020 94
아침 식탁 ―이우걸(1946∼ ) 오늘도 불안은 우리들의 주식이다 / 눈치껏 숨기고 편안한 척 앉아보지만 / 잘 차린 식탁 앞에서 식구들은 말이 없다 싱긋 웃으며 아내가 농을 걸어도 / 때 놓친 유머란 식상한 조미료일 뿐 / 바빠요 눈으로 외치며 식구들은 종종...  
263 5월―차창룡 시인(1966∼ )
정조앤
Jun 07, 2021 94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262 적막이 오는 순서―조승래(1959∼ )
정조앤
Sep 15, 2023 94
여름 내내 방충망에 붙어 울던 매미. 어느 날 도막난 소리를 끝으로 조용해 졌다 잘 가거라, 불편했던 동거여 본래 공존이란 없었던 것 매미 그렇게 떠나시고 누가 걸어 놓은 것일까 적멸에 든 서쪽 하늘, 말랑한 구름 한 덩이 떠 있다 ―조승래(1959∼ ) ...  
261 추운 사랑 ―김승희(1952∼ )
정조앤
Dec 06, 2020 95
추운 사랑 ―김승희(1952∼ ) 아비는 산에 묻고 내 아기 맘에 묻네, 묻어서 세상은 재가 되었네, 태양의 전설은 사라져가고 전설이 사라져갈 때 재의 영(靈)이 이윽고 입을 열었네 아아 추워-라고, 아아 추워서 아무래도 우리는 달려야 하나, 만물이 태어나기 ...  
260 품위 없이 다정한 시대에서 ―김소형(1984∼ )
정조앤
Oct 16, 2020 96
품위 없이 다정한 시대에서 ―김소형(1984∼ ) (…)/인간의 품위가 뭐냐고 묻는/너에게/그러니까 우리가 사람이라는/환상에 대해/어떤/구원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그럴 때면 너는 자꾸만 고개를 숙이고/왜 내게는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품위가 우리 ...  
259 컵 하고 발음해봐요―김복희(1986∼ )
정조앤
Jan 31, 2023 96
만나자마자/ 컵에 물을 채운다/ 내가 한 번/ 네가 또 한 번/ 너를 위해 얕게/ 나를 위해 네가 또 얕게/ 컵/ 하나에 물을 따르고/ 물을 나누어 마신다/ 네가 한 번/ 내가 또 한 번/ 컵의 완결은 어떻게 나는 걸까/ (하략) 죽기로 작정한/ 개가 온 힘을 다해/ ...  
258 교실 창가에서―김용택(1948∼ )
정조앤
Jul 29, 2023 96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교실 창 밖 강 건너 마을 뒷산 밑에 보리들이 어제보다 새파랗습니다 저 보리밭 보며 창가에 앉아 있으니 좋은 아버지와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하시던 형님이 생각납니다 운동장 가에 살구나무 꽃망울은...  
257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정조앤
Jun 05, 2023 97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  
256 바람 부는 날―민영(1934∼ )
정조앤
Apr 15, 2021 98
나무에 물오르는 것 보며 꽃 핀다 꽃 핀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피고, 가지에 바람부는 것 보며 꽃 진다 꽃 진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졌네. 소용돌이치는 탁류의 세월이여! 이마 위에 흩어진 서리 묻은 머리카락 걷어올리며 걷어올리며 애태우는 이 ...  
255 매미는 올해도 연습만 하다 갔구나/ 윤제림(1960∼ )
정조앤
Oct 19, 2021 98
텅 빈 합창단 연습실, 의상만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주인은 당장 방을 비우라고 했을 것이고 단장도 단원들도 불쌍한 얼굴로 방을 나섰을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으니, 울며 떠났을 것이다 나는 이 집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 윤제림(1960∼ ) 매미는 ...  
254 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1938∼)
정조앤
Jan 16, 2023 9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253 여름 가고 가을 오듯 ―박재삼(1933∼1997)
이현숙
Sep 01, 2023 98
여름 가고 가을 오듯 해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박재삼(1933∼1997)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252 폭설―유자효(1947∼)
정조앤
Jan 28, 2021 99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어린 노루 사냥꾼의 눈에 띄어 총성 한 방에 선혈을 눈에 뿌렸다 고통으로도 이루지 못한 꿈이 슬프다 ―유자효(1947∼)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눈은 어디에서 봐도 눈인데 입장이 다르면 서로 다...  
251 벽시계가 떠난 자리―박현수(1966∼ )
정조앤
Jul 01, 2021 99
벽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통을 앓는다 벽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  
250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최백규(1992∼ )
정조앤
Jul 31, 2022 9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꺼지라고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천천...  
249 묘비명 ―박중식(1955∼ )
정조앤
Mar 14, 2023 99
묘비명―박중식(1955∼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물은 죽어서 물 속으로 가고 꽃도 죽어 꽃 속으로 간다 그렇다 죽어 하늘은 하늘 속으로 가고 나도 죽어서 내 속으로 가야만 한다. ―박중식(1955∼ ) 우리의 봄은 항상 새봄이다. 조...  
248 코스모스―김사인(1956∼ )
정조앤
Oct 01, 2023 99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1956∼ ) 소설가 이태준의 수필 중에 ‘가을꽃’이라는 짧은 ...  
247 미명의 날― 김남조(1927∼ )미명의 날
정조앤
Feb 17, 2023 1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감당해 주셔야 할 것이나이다 하느님 당신께선 저희의 이런 날을 사람 옆에 사람을 두신 날들을… 목에도 가슴에도 감겨오는 이 미명의 견디며 견디며 살아야지요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것이랍디까 하늘의 ...  
246 저녁 한때 ―임길택 시인(1952∼1997)
정조앤
Jan 02, 2023 100
뒤뜰 어둠 속에 나뭇짐을 부려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무 한 쪽을 예쁘게 깎아 내셨다. 말할 힘조차 없는지 무쪽을 받아든 채 아궁이 앞에 털썩 주저앉으시는데 환히 드러난 아버지 이마에 흘러 난 진땀 마르지 않고 있었다. 어두워진 산길에서...  
245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이병일(1981∼)
정조앤
Jan 16, 2024 100
엄마는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중략) 벚꽃이 피었다가 지고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던 장마가 지나갔다 새로 이사 간 집 천장에 곰팡이가 새어 나오듯 석 달 만에 작은 혹이 주먹보다 더 커졌다 착한 암이라고 했는데 악성 종양이었다 엄마는 일주일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