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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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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1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384 혼밥―이덕규(1961∼)
정조앤
May 13, 2024 47
낯선 사람들끼리 벽을 보고 앉아 밥을 먹는 집 부담없이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목로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나와 함께 ...  
383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신경림(1936∼2024)
정조앤
Jun 01, 2024 47
(…) 사람 사는 곳 어디인들 크게 다르랴, 아내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자식 닮은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매화꽃 피고 지기 어언 십년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기껏 떠났던 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아니, 당초 집...  
382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현숙
Oct 17, 2023 48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월 스무 아흐렛날 면사무소 호적계에 들러서 꾀죄죄 때가 묻은 호적을 살펴보면 일곱 살 때 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붉은 줄이 있지 돌 안에 백일해로 죽은 두 형들의 붉은 줄이 있지 다섯 누이들이 시집가서 남긴 붉은...  
381 원시 / 오세영
정조앤
May 22, 2024 49
원시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  
380 내 울음소리―조오현(1932∼2018)
정조앤
Jun 01, 2024 49
한나절은 숲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조오현(1932∼2018) ‘내 울음소리’는 현대 시조이다. ‘시조’라는 말을 듣고 나면 조금 더 보인...  
379 수척1―유병록(1982∼ )
정조앤
Jul 29, 2023 52
슬픔이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유병록(1982∼ )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비가 와야 싹이 트고, 곡식이 자라고,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물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그것은 생명...  
378 봄꽃 피는 산을 오르며 / 안태현
정조앤
May 08, 2024 53
봄꽃 피는 산을 오르며 / 안태현 오후의 햇살을 비벼 슬쩍 색깔을 풀어놓는 꽃나무들로 온몸이 푸르고 붉어진다 봄꽃이 피는 산 삶의 자투리가 다 보이도록 유연하고 느리게 산의 허리를 휘감아 오르며 나는 한 마리 살가운 꽃뱀 같다 오랫동안 몸 안에 담아 ...  
377 동야초―조지훈(1920∼1968)
정조앤
Feb 17, 2023 5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할머니는 무덤으로 가시고 화로엔 숯불도 없고 아 다 자란 아기에게 젖 줄 이도 없어 외로이 돌아앉아 밀감을 깐다. 옛이야기처럼 구수한 문풍지 우는 밤에 마귀할미와 범 이야기 듣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던 따슨 ...  
376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정호승(1950∼ )
정조앤
Apr 30, 2024 55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  
375 새들은 저녁에 울음을 삼킨다네―유종(1963∼ )
이현숙
Aug 24, 2023 55
전깃줄에 쉼표 하나 찍혀 있네 날 저물어 살아 있는 것들이 조용히 깃들 시간 적막을 부르는 저녁 한 귀퉁이 출렁이게 하는 바람 한줄기 속으로 물어 나르던 하루치 선택을 던지고 빈 부리 닦을 줄 아는 작은 새 팽팽하게 이어지는 날들 사이를 파고 들던 피 ...  
374 백운산 업고 가을 오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이현숙
Oct 07, 2023 55
타는 가을 산, 백운 계곡 가는 여울의 찬 목소리 야트막한 중턱에 앉아 소 이루다 추분 벗듯 고요한 소에 낙엽 한 장 떠 지금, 파르르르 물 어깨 떨린다 물속으로 떨어진 하늘 한 귀가 붉은 잎을 구름 위로 띄운다 마음이 삭아 바람 더는 산 오르지 못한다 하...  
373 2022년 1월 한국 산문 TV
정조앤
Jan 17, 2022 56
 
372 호각―남지은(1988∼ )
정조앤
May 17, 2024 56
새소리는 어디서 왔을까 새도 숲도 없는 이곳에 새소리가 들려왔다면 내 안에서 네 안에서 그도 아니면 신이 있다면 새소리로 왔을까 늪 같은 잠 속에서 사람들을 건져내고 아침이면 문가로 달아나는 반복되는 장난 은빛 깃털만이 신의 화답으로 놓인다면 그...  
371 숟가락 / 이정록
정조앤
May 22, 2024 56
숟가락 / 이정록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큰 나무들이 잠시 숨 돌리는 사이, 발가락으로 상수리도 굴리며 작은 나무들은 한겨울에 자란단다 네 손등이 트는 것도 살집이 넉넉해지고 마음의 곳간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란다 큰애야, 숟가락도 겨울에 큰단...  
370 창 / 위선환
정조앤
Apr 17, 2023 57
창 / 위선환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하루입니다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나뭇가지는 비어 있고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는 아직 덜 익은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나는 손을 뻗습니다 먼 하늘에 달려 있는, 아직도 익...  
369 자작나무 인생 / 나석중
이현숙
Oct 06, 2023 57
흰 허물을 벗는 것은 전생이 뱀이었기 때문이다 ​ 배때기로 흙을 기는 고통보다 붙박이로 서 있는 고통이 더 크리라 ​ 눈은 있어도 보지 않는다 입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 속죄를 해도 해도 죄는 남고 허물 벗는 참회의 일생을 누가 알리 ​ 몸에 불 들어올...  
368 봄길 / 정호승
정조앤
Apr 08, 2024 57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  
367 유기동물 보호소― 김명기(1969∼ )
정조앤
Jun 11, 2023 58
버려진 개 한 마리 데려다 놓고 얼마 전 떠나 버린 사람의 시집을 펼쳐 읽는다 슬픔을 더 슬프게 하는 건 시만 한 게 없지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 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 큰 슬픔 작은 슬픔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  
366 가을의 시―김현승(1913-1975)
정조앤
Nov 27, 2023 58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를 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  
365 딛고 ―유병록(1982∼)
정조앤
Nov 10, 2022 5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선한 이여 나에게 바닥을 딛고 일어서라 말하지 마세요 어떻게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네가 활보하다가 잠들던 땅을, 나를 기다리던 땅을 두 팔에 힘을 잔뜩 주고서 구부러진 무릎을 펼쳐서 어떻게 너를 딛고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