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134
yesterday:
742
Total:
1,372,460


詩 산책

Articles 404
No.
Subject
Author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0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8
84 사석(捨石)/ 박무웅
admin
Mar 16, 2016 215
사석(捨石)/ 박무웅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 바둑은 두 집을 지어야 산다고 하셨다 이리저리 고단한 대마를 끌고 다녀도 한 집 밖에 남지 않으면 끝이라 하셨다 대마불사에 목을 걸고 집과 집, 길과 길을 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오궁도화가 만...  
83 이별하는 새 ―마종기(1939∼ )
정조앤
Nov 12, 2020 215
이별하는 새 ―마종기(1939∼ ) 그럼 잘 가요. 가다가 길 잃지 말고 여린 영혼은 조심히 안고 가야 할 곳 잊지 말고 조심해 가요. (중략) 어느 인연 아래서건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우선 영혼끼리 인사를 나누고 내 숨소리가 편하게 당신께 가는지, 당신의 체온...  
82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1952∼)
정조앤
Mar 12, 2019 217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1952∼)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습니다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조금 마십니다 꿈꾸지 않기 위하여 수면제를 삼킵니다. 마지막으로 내 두뇌의 스위치를 끕니다 그러면 온밤내 시계 소리만이 빈 방을 걸어다니죠 그러나 ...  
81 세상의 모든 울음은 ― 이현호(1983∼ )
정조앤
May 07, 2019 217
세상의 모든 울음은 ― 이현호(1983∼ ) 네가 혼자 울면 아무도 네 울음을 듣지 않지만/네가 신들을 향해 울부짖으면/그들은 네 울음에 귀 기울인다/한 마을의 개들이 그렇듯이/그들은 너를 따라 울어대기 시작한다 고백하지 않았다면 영원했을지 모를 짝사랑처...  
80 삶 ―한하운(1920∼1975)
정조앤
May 18, 2018 221
삶 ―한하운(1920∼1975)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여기 있는 것 남은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옛날에 서서 우러러보던 하늘은 아직도 푸르기만 하다마는. 아 꽃과 같던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섰다. 잠깐이라...  
79 밀물 ―정끝별(1964∼)
정조앤
Apr 05, 2020 226
밀물 ―정끝별(1964∼) 가까스로 저녁에서야/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오늘은 정끝별 시인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 편의 시를 소...  
78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1919∼2016)
정조앤
Mar 30, 2019 229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1919∼2016)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이 아름답고 짧은 시조를 지은 이는 백수(白水) 정완영 시인이다.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  
77 연 ―김현승(1913∼1975)
정조앤
Dec 06, 2020 229
연 ―김현승(1913∼1975) 나는 내가 항상 무겁다, 나같이 무거운 무게도 내게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무거워/나를 등에 지고 다닌다,/나는 나의 짐이다.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밤이슬처럼 맺혀보아도, 눈물은 나를 떼어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 가장 ...  
76 다시 목련 ―김광균(1914∼1993)
정조앤
Feb 23, 2022 231
어머님 가시는 길 울며 가볼까 지는 꽃잎을 두 손에 받으며 내년 이맘때나 또 오시겠지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옛 집을 떠나 목련은 한잎 두잎 바람에 진다 하늘에서 서러운 비가 나리더니 하루 아침엔 날이 흐리고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신다 어머님은 내 옆...  
75 거리에서 ―이원(1968∼ )
정조앤
Jul 15, 2020 233
거리에서 ―이원(1968∼ ) 내 몸의 사방에 플러그가/빠져나와 있다 탯줄 같은 그 플러그들을 매단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비린 공기가/플러그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몸 밖에 플러그를 덜렁거리며 걸어간다 세계와의 불화가 에너지...  
74 수박 ― 허수경(1964∼2018)
정조앤
Oct 10, 2018 237
수박 ― 허수경(1964∼2018) 아직도 둥근 것을 보면 아파요 둥근 적이 없었던 청춘이 문득 돌아오다 길 잃은 것처럼 (중략) 나, 수박 속에 든 저 수많은 별들을 모르던 시절 나는 당신의 그림자만이 좋았어요 저 푸른 시절의 손바닥이 저렇게 붉어서 검은 눈물 ...  
73 눈 오는 밤에 ― 김용호(1912∼1973)
정조앤
Jan 28, 2020 237
눈 오는 밤에 ― 김용호(1912∼1973) 오누이들의/정다운 얘기에/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  
72 천국행 눈사람―황유원(1982∼ )
정조앤
Dec 16, 2022 238
(상략) 그러나 그 눈사람은/예전에 알던 눈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거의 기를 쓰고 눈사람이 되어보려는 눈덩이에 가까웠고/떨어져 나간 사람을 다시 불러 모아보려는 새하얀 외침에 가까웠고/그건 퇴화한 눈사람이었고/눈사람으로서는 신인류 비슷한 것이...  
71 콩알 하나 ―김준태(1948∼)
정조앤
May 23, 2021 240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  
70 쓸쓸한 시절 ― 이장희(1900∼1929)
정조앤
Nov 26, 2018 241
쓸쓸한 시절 ― 이장희(1900∼1929) 어느덧 가을은 깊어 들이든 뫼이든 숲이든 모다 파리해 있다 언덕 우에 오뚝히 서서 개가 짖는다 날카롭게 짖는다 빈 들에 마른 잎 태우는 연기 가늘게 가늘게 떠오른다 그대여 우리들 머리 숙이고 고요히 생각할 그때가 왔...  
69 2019년 신춘문예 당선 작품 모음
정조앤
Feb 02, 2019 243
2019년 신춘문예 당선 작품 모음 * 아래 링크를 찾아 가십시오.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01  
68 그저 웃을 뿐[이준식의 한시 한 수]
정조앤
Dec 16, 2020 245
그저 웃을 뿐[이준식의 한시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뉴스듣기프린트 글씨작게글씨크게 왜 청산에 사느냐 내게 묻기에, 그저 웃을 뿐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느긋하다. 복사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이 아니라네. (問...  
67 봄날 ―이문재(1959∼)
정조앤
May 18, 2020 247
봄날 ―이문재(1959∼) 대학 본관 앞/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두어 걸음 뒤로 ...  
66 죽은 엄마가 아이에게 ―진은영(1970∼ )
정조앤
Nov 17, 2022 248
진흙 반죽처럼 부드러워지고 싶다 무엇이든 되고 싶다 흰 항아리가 되어 작은 꽃들과 함께 네 책상 위에 놓이고 싶다 네 어린 시절의 큰 글씨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알맞게 줄어드는 글씨를 보고 싶다 토끼의 두 귀처럼 때때로 부드럽...  
65 괜찮아 ―한강(1970∼ )
정조앤
Jun 02, 2020 249
괜찮아 ―한강(1970∼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