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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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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2951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8690
1387 술병 / 유강희
정조앤
Jun 30, 2023 93
술병 / 유강희 내가 예닐곱 살 무렵일 것이다. 아버지의 술심부름으로 나는 대두병을 들고 버스가 다니는 큰길가 점방으로 술을 받으러 간 적이 있다. 시골에서는 술을 사러 간다고 하지 않고 받으러 간다고 말한다. 이 말은 항상 술 앞에서 옷섶을 여미게 한...  
1386 두루미 / 안병태
정조앤
Jun 30, 2023 116
두루미 / 안병태 나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좋아한다. 목직하고 도톰하여 돈다운 맛도 맛이려니와, 그보다는 동전의 뒷면에 나를 닮은 두루미 한 마리가 창공을 날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숲 노송 위에 한 다리를 접고 서서 사색에 잠긴 두루미, 그 고고한 자태...  
1385 청포도 익어가는 시절 / 배혜경
정조앤
Jun 30, 2023 135
청포도 익어가는 시절 / 배혜경 모시 속 같다. 은쟁반은 아니어도 민무늬 사기접시면 어떠리. 그 위에 누운 연둣빛 탱글탱글한 알을 똑 떼어 깨물어본다. 입천장을 툭 치고 물기가 번지며 눈이 열린다. 머릿속에 산들바람 한 자락, 엎드려 있던 감각들이 일렬...  
1384 포란 / 조현숙
정조앤
Jun 30, 2023 116
포란 / 조현숙 병실의 밤은 누군가 불을 끄는 순간 불시에 시작된다. 오늘을 파장하는 하늘에서 노을을 쓸어 담은 어둠이 물체와 공간을 한 보자기에 싸안는다. 복도를 구르던 불빛이 문틈 사이로 실뱀처럼 기어들어 온다. 빛을 따라 병상의 모서리들이 각을 ...  
1383 숲의 시간이 흐른다 / 려원
정조앤
Jun 26, 2023 156
숲의 시간이 흐른다 / 려원 깊은 숨을 내쉬고 싶은 날 숲으로 간다. 이른 새벽,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쳐오는 한 줄기 햇살 아래, 사람들이 행렬이 이어지는 숲길은 성지 순례자의 길처럼 보인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진한 흙내음이 코 끝에 스며...  
1382 밀까推, 두드릴까敲 / 서경희
정조앤
Jun 26, 2023 95
밀까推, 두드릴까敲 / 서경희 나의 가장 좋은 여자 친구는 ‘진리’라고, 과학자 뉴턴은 말했다. 그리고 어느 문학가는 ‘목매달아 죽어도 좋을 나무’가 문학이라고 했다. ‘문학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받고 불이 ...  
1381 보랏빛 꽃구름 / 지연희
정조앤
Jun 26, 2023 111
보랏빛 꽃구름 / 지연희 꼭 10년 만에 속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마다 가지 끝을 헤집으며 제 모습을 내어 보일 것이라는 내 기대를 외면하더니 신통하고 고맙기 짝이 없다. 이제야 남편의 불신을 불식시킬 확고한 증거를 보여 주게 된 셈이다. 처음엔 예년에 ...  
1380 사랑은 은밀한 기도처럼 / 손광성
정조앤
Jun 26, 2023 143
사랑은 은밀한 기도처럼 / 손광성 혜자는 예쁜 계집애였다. 마리 숄처럼 웃는 혜자는 코끝에 파란 점하나 있었다. 우리는 학예회 때 공연할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은혜를 모르는 사슴>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그녀는 사슴이고 나는 포수였다. 사슴...  
1379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정조앤
Jun 21, 2023 168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참외의 '외'는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외아들·외딴집 할 때의 그 '외'다. 영어로도 참외는 'me-lone'이다. “Are you lonesome tonight?” 할 때의 그 'lone'이니 역시 '혼자...  
1378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 조정은
정조앤
Jun 21, 2023 66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 조정은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장으로 갔다. 석 달 만의 외출이었다. 햇살이 눈부셨다. 씩씩하게 걸으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지만 모든 것이 낯설어 걸음이 자꾸 허방을 짚었다. 십수 년을 살아온 이...  
1377 주머닛돈이 쌈짓돈 / 김병우
정조앤
Jun 21, 2023 104
주머닛돈이 쌈짓돈 / 김병우 돈에는 관심이 적었다. 육십 언저리까지 살아오면서 돈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이 나이 먹도록 현금카드를 한 번도 사용해 보질 못했다면 누가 믿겠는가. 평소에 은행 갈 일이 적었고 돈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혼 때부터 집...  
1376 열쇠와 자물쇠 / 미셀 투르니에
정조앤
Jun 21, 2023 122
열쇠와 자물쇠 / 미셀 투르니에 필경 오래된 집들은 어느 것이나 다 그럴 것이다. 나의 집에는 열쇠들과 자물쇠들이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다. 열쇠라면 내 서랍 속에 넘치도록 가득 들어있다. 가장자리를 곱게 접어 감친 V자형 맹꽁이 자물용 열쇠, 속이 빈 ...  
1375 골방 / 홍윤선
정조앤
Jun 21, 2023 79
골방 / 홍윤선 제사장의 장신구 같은 둥근 문고리를 잡아당기면 작은 세계가 열린다. 천장 서까래는 어린 소녀의 바람을 하늘에 전달하듯 쭉쭉 뻗었고 시렁 위 색동 이불과 구색을 갖춘 문학 전집은 제단에 놓인 제물 같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사기그릇이 맞...  
1374 직장의 마지막 기차역 / 이종화
정조앤
Jun 16, 2023 144
직장의 마지막 기차역 / 이종화 이번 역에선 누가 내릴까.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의 등을 떠밀었다. 몇 사람이 쫓겨났다. 기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출발했다. 입사 첫날, 나도 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직장은 참 시끄러운 곳이다. ...  
1373 댕댕이 신 한 켤레 / 박금아
정조앤
Jun 16, 2023 100
댕댕이 신 한 켤레 / 박금아 난분분한 나뭇잎들이 만추의 스산함을 더하고 있었다. 늦은 밤, 서울대입구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섶에서였다. 가막덤불 속에서 푸른 열매 몇 개가 언뜻언뜻했다. 가랑잎을 치우자, 진한 물빛이 도는 파랑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  
1372 초록빛 선명한 그 노트 / 배귀선
정조앤
Jun 16, 2023 96
초록빛 선명한 그 노트 / 배귀선 자판을 두드린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가는 시간 속 삶이 미명처럼 어렴풋하다. 옛날 같으면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써야 할 희미한 내용이 단 몇 번의 자판 두드림으로 명료해진다. 깜박거리는 커서를 밀어내며 어휘가 줄...  
1371 구름 속에 머문 기억 / 조헌
정조앤
Jun 16, 2023 127
구름 속에 머문 기억 / 조헌 ‘공(空)에 대해 많이 알아서 법명(法名)이 지공(知空)이냐’는 나의 물음에 미소 띤 얼굴을 붉히며 “아는 바가 너무 없어 지공이에요.” 샘가에 앉아 저녁 설거지를 하던 스무 살 남짓 비구니 스님은 들릴 ...  
1370 지귀를 위한 독백 / 이귀복
정조앤
Jun 16, 2023 77
지귀를 위한 독백 / 이귀복 대릉원의 겨울은 적막했다. 바람이 불자 늙은 소나무는 마른 솔방울 두 개를 떨어뜨렸다. 나는 걸음을 멈춘 채 그 솔방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하게 떨어지는 솔방울이라도 신라의 것이라면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하필이면 ...  
1369 현장(現場) / 장미숙
정조앤
Jun 11, 2023 114
현장(現場) / 장미숙 늦잠에 빠진 도시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버스가 지나간다. 눈 밝은 버스는 꼬부라진 길을 잘도 달려와 정류장에서 긴 하품을 쏟아낸다. 눈곱도 떼지 않은 가로등은 골목의 어둠을 쫓느라 긴 손을 휘젓는다. 형광색 옷을 입은 사람 하나, ...  
1368 나비 / 강숙련
정조앤
Jun 11, 2023 116
나비 / 강숙련 나비는 아름다운 곤충이다. 애벌레나 번데기였을 적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활짝 편 날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기하학적 무늬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너울너울 날아다닌다. ‘호접’이라고 불러 보면 운치가 있다. 그러나 나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