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안 허스키 / 정승윤

옆집 개가 운다. 개는 짖어야 하는데 저 개는 짖지 못하고 말 그대로 우는 것이다. 새벽에 눈을 뜨면 맨 먼저 들리는 것이 저 개의 울음소리다. 아니 어쩌면 저 개의 울음소리 때문에 눈이 뜨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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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젊은 내외가 몇 달 전에 시베리안 허스키를 한 마리 구해왔었다. 개는 항상 야외 주차 공간에 묶여 있었다. 바람이 부나 눈비가 오나 주야장천 묶여 있었다. 눈이 많이 오던 날 발이 시려운지 한 발 씩 교대로 떼고 있는 개를 보다 못해 아내가 개 주인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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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남자 주인이 하는 말이 이 개는 썰매견이기 때문에 추위를 타지 않으며 겨울에도 밖에 있어야 오히려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운동이라도 시켜야 할 텐데 남자 주인이고 여자 주인이고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꼴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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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다른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졌는지 드디어 우리집 담 옆으로 개집 짓는 소리가 들렸다. 지붕이 있는 아담한 개집이 아니라 그냥 철근을 용접한 네모난 감옥이었다. 그리고는 담요 같은 걸로 덮어 위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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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골에서 노후를 보낼 작정을 하고 온지라 오히려 동물들의 울음을 즐겨 듣는 편이다. 저녁 사료 먹을 시간이 되면 멀리 우사에서 들려오는 소 울음소리를 비롯해서 들판에 방목하는 말 울음소리, 달이 뜨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정체모를 개들의 하울링들, 그리고 새벽 꿈결에 듣는 닭 울음소리는 내가 비로소 시골에 사는구나 하는 것을 실감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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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옆집의 개 울음소리는 그 모든 소리들을 압도하고 짓뭉개고 소멸시켜 버리는 기이한 힘이 있었다. 그 소리는 다른 동물들의 소리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것은 고통에 찬 신음소리였으며 명백히 인간에게 직접 호소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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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마다 열대야에 시달리며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그러다 선풍기의 타임머가 꺼지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났고 그때 마다 그 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그 개는 밤새 자지 않고 울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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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개의 울음소리를 명확히 인간의 언어로 인지하였다. 나•를•제•발•풀•어•주•세•요 이것은 옆집의 개 주인에게 이야기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다투면 오히려 이웃 간에 사이만 나빠질 수 있었다. 어쨌든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당사자들일 테니까 당분간은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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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나는 밤중에 깨어나 개 울음소리를 멍청히 듣고 있었다. 무심코 듣고 넘길 만큼 만만한 소리가 아니었다. 개의 생생한 표정이 느껴질 정도로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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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 소리에 짜증을 내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체념하듯이 무력하게 듣고만 있었다. 아니면 혹시 그 개 소리에 공감하여 내 절망까지 함께 얹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 역시 폭염을, 이상 기후를, 이 벽 너머 벌어지고 있는 종말의 증후들을 못 견뎌 하며 신음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뒤숭숭한 머릿속에 문득 개 한 마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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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산책삼아 근처의 인적이 뜸한 오름을 오른 적이 있었다. 주변의 산자락에서 끊임없이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한두 마리 정도가 아니라 수십 마리, 아니 어쩌면 수백 마리의 개가 함께 짖으며 으르렁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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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개를 식용으로 집단 사육하고 있는 무허가 개 농장이 있는 듯하였다. 그 소리는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컹컹대는 평범한 개들의 소리가 아니었다. 좁은 쇠 우리 안에 갇혀서 미쳐가는 개들이 내지르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붙잡힐까 싶어 걸음을 빨리하고 있는데 뭔가가 내 뒤를 쫓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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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니 개 한 마리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뒤돌아 서면 그 개는 멈추었고 내가 다시 걸으면 또 따라왔다. 그 개 농장에서부터 따라온 개가 틀림없었다. 개들을 사육하면서도 또 따로 풀어 키우는 개들도 있는 성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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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개의 입에 무언가가 물려 있었다. 그것은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좀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아직 털이 벗겨지지 않은 다른 개의 앞다리처럼 보였다. 그것을 물고 있는 개의 표정은 어처구니없이 순진해 보였다. 멀리서 들리는 개들의 울음소리는 더욱 그악스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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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개가 또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구슬픈 신음이며 얼마나 고통스러운 비명인가. 나는 그 개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또 다시 옅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덧 꿈속에서 나는 그 개와 함께 있었다. 나는 눈부신 빛 속에 있었다. 사방에 크고 작은 빙산들이 녹으며 크리스털처럼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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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나와 그 개는 눈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이 불자 개의 이중모가 섬세하게 흔들렸다. 나 역시 짐승의 털로 만든 두터운 털옷을 입고 있었다. 옆으로 빠른 그림자가 스쳐갔다. 여러 마리의 개가 이끄는 개썰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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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옆집의 개는 털을 곤두세우더니 힘차게 짖기 시작했다. 이 설원의 눈보라에 어울리는 우렁차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옆집의 개가 썰매를 쫓아 내달았다. 나도 함께 내달았다. 어느덧 나도 소리치고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내 안의 짐승의 목소리였다. 꿈속에서 다른 동물들도 울기 시작했다. 닭도, 소도, 말도, 그리고 개도 늑대도 울부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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