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음 / 장석주
당신은 꿈속에서 우는데,
귀 없는 오후 때마다
나는 베갯잇 쑥색 수(繡)에 학 세 마리와
늙은 태양을 데리고
선유도 공원이나 산책을 했네요.
햇빛 닿는 곳마다 사타구니 오므리는 추색(秋色).
밤 대추 따위 여문 가을 물산들과 함께
장맛이 깊어질 때!
속 붉은 과물(果物)이 무르익어 알알이 터져 버리는
이 가을 초유의 사태!
나는 영물(靈物)일까요?
학이 날던 날은 흘러간 날들,
당신은 말을 잃은 채 꿈속에서 우네요,
좋은 날들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 수 있는 날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