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를 데리고 잠을 잤는데 / 길상호

 

 

베어 묶어 둔 빗줄기가

뒷마당에 다발로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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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는

네 개의 유골단지를 쪼르르 들고

꽃가지가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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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서 잠시 내려온

아버지와 큰형과 둘째형과 똥개 메리는

대화를 나눌 입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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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무심히 통과하면서

물웅덩이마다 둥근 발자국을 그려 놓았다

​

헛기침에도

꽃이 떨어져 깨질까 봐,

그들의 빈 눈과 마주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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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구름과 함께 발뒤꿈치를 들고

그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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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데리고 잠을 잤는데

봄이 벌써 반 이상 떨어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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