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五月)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작자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 청순한 얼굴이다 : 오월이란 계절의 청순함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은유법이다. 오월의 밝고 맑은 순결함을 조촐한 동심과 같이 나타낸 글로서,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여 사색의 폭을 넓혀 주고 있는데, 감각적 표현이 뛰어나 산뜻한 인상미를 풍기고 있으며, 다감하고 섬세하고 순수한 감정이 선명하고 서정성이 뛰어나다. 이 수필과 관련된 김우창의 논평을 인용해 본다. "…… 우리는 금아(琴兒) 선생에게 기쁨을 드리는 것이 새로 나온 나뭇잎이라든가, 갈대에 부는 바람이라든가, 문득 들은 한 가락의 음악이라든가, 어떤 여성의 지나가는 미소라든가, 가냘프고 스러지는 것들임에 주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러한 것들은 현재의 것으로보다는 추억의 조각들로 이야기된다. 가냘픈 것들의 추억은 금아 선생의 아름다운 것에 늘 애수가 어리게 한다. 이 애수는 어떤 때는 비창감(悲愴感)으로 심화되기도 한다. 선생이 신록에 관한 글에서 갑자기 젊은 시절의 외로운 여행을 회상하며,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구절을 모래 위에 써 넣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고 할 때, 우리는 신록의 싱싱한 생명이 죽음으로 하여 더욱 찬란해지는 것을 아는 선생의 비극적 인식의 일단을 느낀다." 이 수필에는 비유의 아름다움은 물론, 깨끗하고 조촐함이 동심과 같이 나타나고 있어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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