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떼까리 인생학 / 양미경

 

 

저녁때 밥 묵을라꼬 밥 푸다가 밥떼까리 멫 알이 바닥으로 떨어진기라. 나는 고마 무의식중에 주아가꼬 입에 넣었제. 하필이면 그 모십을 손녀가 보드마는 머라카능고 아나?

“할무니 드럽그로 그거 와 주워묵는데요?”

그카드라꼬. 그란데 내도 모리게 입에서 튀어나온 이바구가 뭐것노.

“편지 봉투로 붙이도 두 번은 붙일긴데 아깝다 아이가.”

손녀는 그기 무신 말인고 모린께네 어리둥절해 하드라꼬.

우리 핵교 댕길 때 편지를 밥떼까리가꼬 붙있능기라. 당시는 딱풀 가튼거는 아예 없었제.

옛날 자린고비 유머 이바구 하나 해보까.

겨울이 코앞꺼정 와 있을 때였제. 자린고비 박 서방은 창호지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을 방법이 도통 생각 안나는기라. 그때사 조오 한 장, 밥떼까리 한 톨도 구하기 어려븐 때였거들랑. 요즘 아아들이사 요래 말하모 몬알아 묵겄제. 널린 기 조오고 책상 모티이 굴러댕기는기 딱풀잉께네. 하지마는 그때는 그랬능기라. 똥 누고 똥 딲을 조오가 없어가꼬 풀 한 줌 뜯어가꼬 닦았다모 말 다 했제.

박 서방이 집구석 요게 조게 뒤지다가 본께네 운 좋쿠로 손바닥 반만 한 흰 조오 쪼가리가 나오는 거 아인가베. 고마 좋아가꼬 창호지 구멍난 데로 맞차본께네 하이고야 이기 쪼매이 작은기라. 우짜든동 빠듯하그로 맞차볼낀데 도저히 안된단 말시. 그래가꼬 요래조래 머리를 굴리본께네 번쩍 떠오리는 생각이 있능기라. 박 서방은 지가 천재라꼬 생각함시러 그 조오 쪼가리에다가 건너마실 친구 이 서방한테 펜지로 쓴기라. 그래가꼬 지나가는 방물장수한테 쫌 전해주라 캤제. 그때는 펜지로 그리 주고받고 할 때인기라. 인자 답장만 오모 그 조오로 가꼬 창호지 구멍을 때울 참이거든.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답장이 안온단 말인기라. 참다 몬해가꼬 박 서방은 건너마을로 씩씩거림시러 달리갔제. 거서 본께네 무신 일이 이런 일이 있노 말다. 지가 부친 쪼가리 편지가 이 서방네 창호문 구멍에 떡 붙어 있는기라. 화가 난 박 서방이 고마 창호 구멍에서 지가 부친 펜지를 떼내가꼬 돌아가 나오는데 이 서방이 쫓아옴시러 이리 이바구했다 쿠네.

“박 서방 거 서 보레이, 펜지 쪼가리사 니낀께네 가지간다 캐도 거게 붙은 밥풀떼기는 내껀께네 떼주고 가야제. 이기 무신 도둑놈 심보고?”

그래가 조오 쪼가리에서 밥풀떼기는 떼줐다 칸다. 우십지마는 웃지도 몬하겄네. 글치만 그때는 다들 그래 살았는기라.

옛날에 밥떼까리는 요래조래 씰모가 많았구마는. 풀이라 카능거는 도배할 때나 이불호청 풀멕일 때 쑤는데 이거는 일 년에 한 번 쑬똥말똥한다 아이가. 계울이 오기 전에 창호지는 안 갈모 춥아서 몬산께네 글타. 자고 나모 방 안에 둔 요강 오줌이 꽁꽁 얼던 때 아이가. 그 말고도 밥풀떼기는 요긴하그로 썼데이. 펜지 봉투 붙이고 창호지 구멍 메꾸는기사 흔한 일이제. 교과서 찢어지모 밥풀로 붙이야제, 미술시간에 색조오도 도시락 까가꼬 밥풀떼기로 붙있다. 하모 선생은 몬본척 했제. 도시락 몬싸온 아아들은 옆 친구한테 밥풀떼기도 얻어가꼬 색조오 붙인기라.

그뿌이가. 남자아들 게울 되모 토영 전통 연으로 탱금 잘 받는 ‘기바리 연’ ‘삼봉산 연’ ‘머리 눈 연’ 맹글 때도 밥풀로 썼는데, 귀한 쌀밥 짓이기가꼬 헝겊에 싸서 연 대하고 조오를 붙있다코 카데. 여자아아들 조오 인형도 다 밥풀로 붙있다 아인가베.

펜지조오 좍 펠치노코 모나미 볼펜가꼬 멀리 이사 간 친구 얼굴 떠올림시러 한 자 한 자 꼭꼬 눌리가꼬 쓰모 그 친구하고 어불리가꼬 놀던 생각이 새롭제. 써가꼬 잘못된 데는 없는강 함 살피보고 편지봉투에 넣고 밮풀떼기 안 떨어지그로 꼭꾹 짓이기가 붙이서 우체통에 넣었다카이. 언제 친구한테 펜지가 닿을란고 가심이 두근두근했제. 머시라? 전화? 그런기 오데 있노. 부잣집에나 있었제.

친구한테서 답장이 올란가 메일 기달리는 그 맴도 또 애틋한기라. 문자로 짤막하그로 틱틱 날리는 요즘 아아들 그러거로 알긋나? 그 애틋한 맴은 밥풀떼기로 펜지봉투 보내던 그런 맴 안 가지보믄 펭생 모리는기라. 가슴 깊숙하그로 따시지가꼬 오는 거로 스마트폰 문자로 표현될란가 모르것데이.

친구 순이 가스나도 인자는 내처럼 할매가 됐을끼라. 내가 펜지 써가꼬 밥풀떼기로 붙이가 보내모 학창 시절 생각날란가, 함 해보까? 그라고 본께네 요새 우리 잡곡밥 묵는데 잘 붙을란가 모리겄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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