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나무 / 김미정
찌르고 찌르다 지친
허공의 손가락들
추락한 것들은 다 여기 있었구나
꽃들이 급하게 도망가버리는 화단이에요 우린 어느 쪽으로 가고 있나요 잃어버린 방향은 어린 발목부터 시작되었죠 얼룩이 가시를 만들었나요 원하는 방향대로 살고 싶었어요 널어놓은 웃음이 말라가고요 입 다물고 온몸의 힘을 조절해요 허물어지는 저녁의 자세는 너무 사실적인가요 궁금한 잎사귀가 갈증을 삼키네요
날개는
화살 이전의 노래인가
지워진 어제의 울음이 날아간다
날마다 태어나는 숨소리들
되돌아오는 표정이 불가능으로 기울어지는 사이
과녁은 언제나 그렇듯 먼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