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 속에도 하나의 풍경이 있다 / 최인호
아침 예불을 올리는 젊은 스님 하나가 체육복 차림의 젊은이를 데리고 법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눈에도 체육복 입은 젊은이는 어딘가 정신이 성치 못한 것 같고 이따금 발광 상태에도 이르는 중증 환자처럼 보인다. 예불이 끝나고 난 뒤 젊은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면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님은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따라 해. 이 자식아.”
“싫어요.”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못 따라 해, 이 새끼가.”
“싫어요.”
“따라 해, 임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해 봐.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안 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참다못해 젊은 스님은 목탁 두드리는 막대기로 그 청년의 머리통을 세게 내리쳤다.
“말로 해요. 말로 해요. 아파요. 때리지 말고 말로 해요.”
“따라 해, 그럼.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6시 공양 시간이 다 되도록 젊은 스님과 젊은이의 나무아미타불 씨름은 계속되었다. 스님은 젊은이의 머리통을 목탁처럼 두들기고 젊은이는 투덜투덜 밤송이가 된 머리통을 어루만지고. 그렇게 산사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목탁 안에도 하나의 풍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