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文魚)의 인문학 / 이여원
주렁주렁 발기한 알들을 분양받았습니다
육아의 대화는 졸음과 경계
그 와중에도 질문처럼 안고 있는 어린 답습들
신선한 물을 뿌리는 바위에서 꼬물거리는 계절이 옵니다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다시 오지 않을 생을 겁니다
가시 달린 성게가 현실의 벽이며
배후로 딱 막고 있는 몸이 문어의 집입니다
절박함을 기회로 삼는 절묘한 변신술과
천적에게 색깔을 배우는 방법과
팔과 다리를 동시에 허우적거리는
쾌감과 불안을 알아가야겠습니다
문어에게 문(文)을 익혀야겠습니다
아니, 문(問)대신 문(門)여는 법부터 깨달아야겠습니다
문어의 문사는 모성이며
포획자라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죽음과 주거의 계보를 읽고 있습니다
매일을 매일매일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록 새끼를 지키는 문어는
존엄 정도로 분류 될까요
문(文)없는 문장일까요
문어에게 일말(一抹)먹물을 조금 얻어와야겠습니다
검은 먹지 한 장도 부탁하겠습니다
글자가 아닌 말들을
골라내려는 호사가들에게 던져주어야겠습니다
뼈 없이도 뼈 없는 다산을 배우고
흐물흐물 흩어지고 마는
문어의 최후를 배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