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한 수고로움이 어디 있으랴
평생을 그리워만 하다
지쳐 끝날지도 모르는 일
마음속 하늘
치솟은 처마 끝
눈썹 같은 낮달 하나 걸어두고
하냥 그대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
미련하다
수고롭구나
푸른 가지 둥그렇게 감아올리며
불타는 저 향나무
―윤재철(1953∼ )
‘사랑’을 낭만의 범주에 놓던 날이 있었다.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해서 사랑을 찾던 때. 조금은 어렸을 때. 아직 사랑에 베이지 않았을 때. 그때는 사랑 옆에 열정이나 설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랑도 사랑이라는 것을 커가면서 배웠다. 특히 시를 읽으면서 내가 아는 사랑보다 훨씬 많은 사랑의 종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 많은 사랑을 다 알기도 전에 나는 죽으리라. 이 생각을 하면 세상을 좀 더 열심히 살게 된다.
윤재철 시인의 작품에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을 배운다. 그는 사랑을 수고로움이라고 말한다. 맞지, 그게 맞지.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게 된다. 아이가 어질러놓은 방을 힘들여 치운다. 치우면서 아이의 냄새를 맡는다. 수고로우면서 사랑스럽다. 사랑이 떠났어도, 떠나서 영영 돌아올 수 없어도 마음속에 그리움의 방은 남겨둔다. 미련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래 두고 키운 모든 것이 다 사랑이다. 마음을 주었다면 사랑이다. 7월의 폭우에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련하고 수고로운 것이 우리의 사랑이니까.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