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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운다네
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
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
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
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
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
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
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가 유난히 조용하네
한 우물 깊어지네
(하략)
―최영숙(1960∼2003)
아기가 울면 엄마가 온다. 와서 달래 줄 것이다. 아기는 엄마가 올 것을 알고 우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의 울음을 걱정해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어른이 울면 엄마가 오지 않는다. 엄마 대신 거기에는 벌써 불행이 도착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른의 울음을 들으면 두려워한다. 누군가에게 아주 무섭고, 힘들고, 슬픈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한다.
이 시에서는 다 큰 여인이 운다. 무슨 일인가 생긴 것이다. 어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일이다. 뭔지 몰라도 저 심정이 오죽할까 싶어 동네 사람들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게 된다. 한 시가 그 울음을 담아냈고, 한 동네가 그 울음에 침묵했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로가 된다.
우리는 ‘울어도 돼’라는 말보다 ‘울지 마’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많이 듣는다. 울음의 이야기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더 많이 게시된다. 울음은 불편한 거니까. 울음은 아직 내 것이 아니니까. 세상 모두가 즐거울 리가 없을 텐데 싶다면 최영숙 시인의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를 추천한다. 한 권에 4000원이다. 시인은 세상에 없지만 시집이 있다. 이런 시집을 남긴 사람이, 이런 울음을 남긴 사람이 있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