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
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
영혼은 생활이 없고
영혼은 떠도는 것에 지쳤다
영혼은 다정한 말이 듣고 싶다
영혼은 무너지는 집 아래 깔린 나무의 몸통
영혼은 자라서
영혼은 벗어날 수 있는 곳
영혼은 찢고 부서지고 아물면서
영혼은 있다.
(하략)
―안미옥(1984∼)
6월이 오면 소개하고 싶어 아껴둔 시집이 있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는 겨울에 발간되었지만 그 안에 여름의 시가 여럿 된다. 6월에는 6월의 시를 읽어야 한다는 분께 추천드린다.
사실 6월 타령은 시를 읽을 핑계일 뿐이다. 안미옥 시인의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여름이 아니다. 좋은 시가 그저 눈길이 자꾸 머무는 작품이라면, 나는 그의 ‘영혼 이야기’ 근처에 머물고 싶다. 시집에서 “우리의 영혼은 너무나도 작아서/부서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공중제비’)는 구절을 만났을 때 우리의 영혼은 위로받는다. 너무 작아진 내 자존과 존엄이 영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얻게 된다.
‘계속’이라는 이 시에도 ‘영혼’의 이야기가 잔뜩이라서 반갑다. 누구도 영혼의 안부를 묻지 않고, 영혼의 안녕을 궁금해하지 않는 시대가 퍽 쓸쓸했는데 이 시인은 “영혼은 있다”고 말해준다. 흐리고 찢어져도 거기, 영혼은 늘 있다고 말해준다. 시의 독자는 이런 말이 간절하게 듣고 싶었다. 우리는 사람이고, 우리 안에는 상처받을 영혼이 있다는 말. 이 말을 가혹한 세상이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