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 유홍준

 

차가운 냉정 못에 붕어 잡으러 갈까

자귀나무 그늘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멍한 생각 하러 갈까 손톱 밑이나 파러 갈까

바늘 끝에 끼우는 지렁이 고소한 냄새나 맡으러 갈까

여러 마리는 말고

두어 마리

붕어를 잡아 매끄러운 비늘이나 만지러 갈까

그러다가 문득 서럽고 싱거워져서 차가운 냉정 못에

코펠 들고 슬슬 못가를 돌며 민물새우나 잡을까

해거름 내리는 못둑에 서서

멍하니

그저 멍하니

저 먼 곳이나 한참 바라보다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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