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별꽃 / 윤옥란
양지쪽 무릎이 해진 작업복들
잔설 속에 피어 있는 별꽃을 유심히 보고 있다
사내들 풀꽃을 보고 봄소식 전하는 것일까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꺼낸다
어쩌면 이곳의 봄소식 보다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디 오는 봄을 기다리며
그리움을 반으로 접고 접어 고국으로 동봉하고 있다
그 여린 초록의 잎으로
모진 바람 견딘 별꽃이 피고 있을 때
달력에 하루치의 노동을 동그라미로 채웠다
사글셋방에서 모진 눈발을 견디며
빗물이 스며든 운동화를 신고
피와 맞바꾼 월급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저 사내들이 사는 마을에도 별꽃이 피었을까
양지쪽에서 얼었다 녹으며 피는 풀꽃
검고 긴 속눈썹의 하루가 한 겹 한 겹,
시린 촉을 밀어 올리며 얼다가 다시 풀릴 것이다
구석진 곳에서 고단함을 말리는
기름때 묻은 저 야생 별꽃 같은 무릎들
파랗게 물오른 사내들 목소리
꿈의 빛깔 한 잎 한 잎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