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끼리
벽을 보고 앉아 밥을 먹는 집
부담없이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목로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그렇구나,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고 허기진 내 영혼과
함께 먹는 혼밥이었구나


(하략)

―이덕규(1961∼)

혼밥은 한때 예사롭지 않은 단어였는데 지금은 흔한 단어가 됐다. 바쁘니까 빨리 먹어야 하고, 빨리 먹으려면 말없이 혼자 먹어야 한다. 사람이 싫고 말하기도 싫고 그러다 나마저 싫어질 것 같을 때는 휴대전화나 보면서 혼자 먹어야 한다. 이럴 때는 식사가 아니라 끼니가 된다. 이런 사람이 나 포함,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렇게 혼밥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이 시를 읽는다.

저 목로 밥집은 가본 적 없지만 어쩐지 익숙하다. 시인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 우리 눈에 보이는 듯하다. 얇고 긴 식탁과 좀 지저분한 벽지. 낡은 풍경 속에 지친 사람들의 분위기. 좋을 리 없었을 혼밥의 시간을 시인은 이렇게 해석한다. 그때 나와 내 영혼이 함께 밥을 먹었다고. 나는 허기진 내 영혼에 밥을 먹였다고. 눈이 번쩍 뜨이는 깨달음이다. 앞으로 혼밥을 하는 매일, 우리는 혼밥의 새로운 정의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곧 부처님 오신 날이 온다. 부처님이든 누구든 무릇 위대한 신이라면 저런 목로 밥집에 앉아 계실 것만 같다. 화려하고 북적거리는 곳에 머물지 않으시고 외롭고 쓸쓸한 밥집, 허기진 영혼, 혼밥의 그릇 옆에 나의 신이 계신다면 참 좋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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