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속의 잠 / 김정아
억새들이 서로를 껴안다가
기어이 출렁거리는 무덤이 되어버린 그곳
바람이 비닐 창을 움켜잡고 마구 흔들어댄다
돌멩이를 눌러 둔 천막은 왝왝거리며 멀미를 하고
덜컹거리는 문틈 사이에 뜯겨져 나간 햇볕이
먼지 바닥에 누런 가래침처럼 뒹구는 오후
손님이 온 줄도 모르고 타자 위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포장 집 여자
바람이 꿈속까지 불어가 그녀를 떠밀었는지
야윈 어깨가 흔들리고 숨소리가 서걱거린다
식은 순대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오래된 가난
출입구가 마른 명태처럼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다
마른 갈꽃이 혼자 떠돌다 돌아간 천막집에 남아 있는 것은
잠든 여자의 머리카락을 조용히 쓸어주는 갈대의 그림자
내 마음은 언제 긁혔는지 자꾸 따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