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2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이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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