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이른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쪽으로 휘어진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 보다

가지가 덜리고 둥지가 찢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은자의 고통은 자란다고 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렴

일과 일에 걸림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것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삶이 암중 모색이다

가지가 찢어지게 달이 밝아도 세계는 그림자를 묻어버린다

일어서렴

멀리 보는 자는 스스로를 희생시켜 미래를 키우는 법이다

새의 칼깃 뒷에도 나는 자의 피가 묻어 있다

그러니 너는 네 하루를 다시 써라

쓰는 자의 눈으로 안 보이는 것은 없을 것이니

극복 못할 일이 어디에 있을라고

극복에도 바람은 있다

뒤어넘으려는 것이 너의 아픈 극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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