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채 거꾸로 누워 구름처럼 둥둥 떠가고


―박판식(1973∼)





얼마 전에 박판식 시인이 상을 받았다. 수상 기사를 접하자마자 ‘화남풍경’이 떠올랐다. 시인의 첫 시집, 첫 페이지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 시인이 무언가를 자신의 첫 시집, 첫 페이지에 놓았다는 것은 운명이고 총체라는 의미다. 시인이 그 시를 고른 것이 아니라 그 시가 시인을 선택해 찾아왔다는 말이다.

이 아름다운 시를 사랑하여 추천한 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문태준 시인이, 그 다음에는 이영광 시인과 이은규 시인이 좋은 시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시인들도 좋아하고 인정한 시라는 말이다. 나도 그 뒷줄에 서 본다.

오래전, 병원에서 너는 엄마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돌아오는 길 서점에서 이 시를 만났다. 길바닥에서 울었던 것 같다. 온몸으로 채찍 받더라도 아이 지키는 어미가 되고 싶어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울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식이다. 엄마들이 가장 많이 웃게 되는 원인도 자식이다. 내 한 몸 부서져도 자식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부모 마음이다. 그 인연이 위대하고 소중하니 엄마도 자식도 다치지, 죽지,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