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손이 없다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도 없다

도망칠 발도 없다

나에게는 온통 없는 것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펄펄 끓는

물속도 타오르는 불길도

무섭지가 않다

사람들 손에 잠시 들렸다가

버려지는

삼 그램쯤 되는 목숨 하나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가슴 텅 비워놓고

그 순간만 기다리며

내게 말을 건다

너도 한번뿐이라고.